고객 시각에서 바라본 경영이란 무엇인가. 벤처기업을 하다 보니 고객 중심주의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하게 된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얼마나 고객중심에서 바라보고 고객의 생각과 구매의사 그리고 편리성 등을 고려해 제품을 기획했는지다. 이것에 따라 그 제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출 중심형 제품을 만들다 보니 일본 출장이 잦다. 당연히 해외 출장 때는 출입국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냥 지나치면 별일 아니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출입국 보안 검색대를 지날 때마다 마케팅을 되새겨보곤 한다.
같은 보안검색을 받는데도 인천공항에서는 허리띠의 버클 때문에 검색원에게 재조사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버클 때문에 조사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검색 전문가가 의도하는 목적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일단 인정한다. 그러나 고객의 자리에서 보면 이 문제에서 누가 옳고 틀렸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거론하고 싶은 논점은 ‘누구의 관점에서 검색을 하느냐’는 당위성이다.
한국 검색대에서 버클만 지나가도 신호음이 나는 것은 센서의 민감도 때문이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작은 물체(버클)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기에 예민한 검사가 옳을 수 있다. 버클의 무사 통과가 테러에 이용돼 흉기로 변한다면 당연히 더 정밀한 센서로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러나 이 검색대 때문에 사고가 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보면, 고객이 계속 작은 물체(버클)로 인해 검색대에서 다시 검사를 받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불편으로 말미암아 외국 고객이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내가 열심히 좋은 상품을 만들었는데 고객이 별 관심도 없고 구매의사가 전혀 없다면 고객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자체의 특화시범사업도 아쉬움이 크다.
로봇랜드 조성사업이나 자기부상열차,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각종 사업에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기획 능력이다. 그렇기에 초기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의하고, 사업 추진의 가닥을 잡는 일이야말로 전체 사업의 50%를 좌우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먼저 사업을 기획해 추진해온 사람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내세운 관에 의해 본사업이 시행될 때쯤이면 외면받기 일쑤다. 초기에 기획한 사람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 평가위원 및 공청회 등을 거쳐 공정성 및 형평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를 한 예로 들면 영화의 기획과 시나리오가 흥행을 좌우한다. 영화의 내용을 뉴질랜드에서 만들었든, 호주에서 만들었든 어디서 촬영하고 그래픽작업을 했는지는 흥행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만든 곳이 중요하고, 누가 작업을 했는지를 심각하게 따진다. 누가 얼마나 좋은 생각으로 기획을 했는지는 뒷전이다.
좋은 기획이 만들어지고 자본능력만 있다면 그 기획서로 얼마든지 좋은 곳에서 용역이나 합작으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따라서 그 좋은 기획을 읽어내는 능력과 기획을 만든 곳에서의 기획의도를 정부차원에서 누군가는 타당하게 수정하고 보완해 훌륭한 국가사업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성급하게 결실을 바라면 설익은 과실을 따게 마련이다. 힘있는 사람이 있는 지자체가 국가사업의 기획의도와는 상관없이 공정성 및 형평성이라는 이름 아래 그곳으로 사업이 간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도 마찬가지다. 연구기관장이 임기 내 어떠한 성과를 만들려 하지 말고 국가 장래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과 후손을 위해 무엇을 줄 것인지를 고려한 기획이 절실하다. 또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기술 및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김풍민 <이머시스 사장> poong@emersy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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