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과학기술·통신 분야 예산·기금요구액이 올해에 비해 6.1% 증가한 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정부안 확정과 국회 심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삭감이 불가피하겠지만 과학기술·통신 분야 예산이 1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10조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이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육성에 쓰여 한국 경제에 피가 돌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기술·통신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예산 증액은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
내년도 과학기술과 통신 분야의 예산요구액이 6.1%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통일·외교·사회복지 등 다른 분야보다는 증가율이 낮다고 한다. 게다가 과학기술·통신 연관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산업·중소기업 분야는 오히려 작년보다 0.1% 감소했다.
이를 놓고 과기계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과기·산업 육성 정책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통일·복지 등 분야에 예산수요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혹시라도 한국 경제의 근본 축이 돼야 할 과학기술과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고 소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분명 문제다.
물론 과기·산업 분야의 예산 요구액 증가율이 다른 부분보다 낮거나 떨어지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과기부총리 체제가 정착되면서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사전 조율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의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라 지출한도를 엄격히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총액배분·자율편성(톱다운) 제도의 도입 전에 25%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던 각 부처의 예산과다 요구관행이 개선되고 있는 징후라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움직임은 이번 예산 요구안을 잘 들여다보면 일부 보인다. 산자부의 전자상거래 지원 예산, 특허청의 발명교실 현대화 지원 예산, 중소기업청의 신용보증기관 출연 관련 예산은 세출구조조정 차원에서 삭감됐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변하고 시장상황이 변함에 따라 정부 예산정책의 흐름도 바뀔 필요가 있다.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하게 삭감해야 한다.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향후 기획예산처와 정부 각 부처 간 예산협의 과정에서 과기·IT 분야 예산이 합리적인 이유없이 지나치게 삭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기·통신·산업·중소기업 등 분야에 정부 예산의 지속적인 증액은 불가피하다. 다만, 어떻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관철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특정 개발 분야나 산업이 유망하다고 해서 기초·핵심 기술 분야의 정부 예산이 축소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과기·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 예산은 다른 분야와 달리 대중영합적인 성향을 가급적 배제해야 한다. 한 국가의 연구개발 능력과 산업수준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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