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측정 장비, 세계를 넘본다" 월텍 박승규 대표

비행기, 자동차, 기차, 아파트, 교량, 각종 파이프 등 우리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철이 사용되지 않는 곳이 별로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철은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예나 지금이나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뜻. 따라서 보다 품질 좋은 철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철소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두께 측정 장비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과연 철과 두께 측정 장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제철소에서 철을 생산하려면 우선 철광석을 녹인 후 슬래브 강판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압연 과정을 통해 원하는 두께로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슬래브 강판의 온도가 섭씨 천도가 넘기 때문에 두께 측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죠. 또한 압연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갈 수도 있으며 이는 곧 철의 품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월텍 박승규 대표의 말이다.

쉽게 말해 밀가루 반죽을 생각하면 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제철소에서는 밀가루 반죽 자체를 만드는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지 이를 얇게 펴는 압연 기술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압연 기술 및 두께 측정 장비는 대부분 외국 기술에 의존해왔다고 한다.

“두께 측정 장비는 단순히 제철소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소, 석유화학공단, 자동차 공장, 정수장, LCD 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모두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으면 제품 품질이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분야들이죠.”

LCD 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LCD 모니터나 TV에 사용되는 LCD 패널은 제각각 크기가 다르지만 모두 LCD 원판을 잘라 만들어진 것들이다. LCD 원판은 크기가 따라 세대를 구별하는데 제조 업체마다 조금씩 크기가 다르지만 삼성전자 7세대 LCD 원판의 경우 1,870×2,200mm 정도다. 문제는 LCD 원판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화면이 왜곡되거나 밝기가 균일하지 않는 등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제품 품질 검사에도 두께 측정 장비가 사용되지만 상하수도 배관이나 파이프, 탱크, 벽면의 두께 측정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만약 도시 가스 배관 두께가 일정하지 않다면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심되는 배관을 일일이 잘라 두께를 측정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도 감수해야만 하죠.”

박승규 대표의 말처럼 두께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배관이나 탱크, 파이프 등을 일일이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두께 측정 장비는 어떻게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두께 측정 방법은 크게 초음파, 방사선, 레이저, 자기장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초음파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음파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20KHz 이상의 주파수를 말한다. 두께를 측정하고자 하는 물질에 초음파를 발사하고 다시 반사되는 초음파를 통해 내부의 부식 정도 및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기본 원리. 병원에서 사용하는 초음파검사, 박쥐나 돌고래가 어둠 속에서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초음파를 발사한 후 다시 되돌아오는 초음파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현재 두께 측정 장비는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지멘스나 GE와 같은 대기업들이 전세계 두께 측정 장비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발전소나 제철소, LCD 공장 등 규모가 큰 곳에는 예외 없이 외국 기업 제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박승규 대표의 말처럼 두께 측정 장비는 아직 한국 업체들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월텍은 지난 1998년 창업 후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휴대용 두께 측정 장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제품을 개발했을 때 이미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틈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저희 제품을 원하는 기업들의 입맛은 물론 A/S에도 많은 공을 들여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월텍은 국내 휴대용 두께 측정 장비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회사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 외국 기업에 비해 모자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발전소나 LCD 공장처럼 규모가 대규모 공장에서 사용되는 두께 측정 장비가 대표적인 경우죠.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대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외국 기업 못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월텍은 작년 11월과 올해 5월에 포스코 광양제철소 박영훈 과장과 공동 개발을 통해 슬래브 두께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앞으로도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두께 측정 장비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아직 공장에서 사용하는 두께 측정 장비는 외국 기업 제품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 이쪽 분야도 국내 기술로 이끄는 것이 월텍의 목표입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수환기자 shu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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