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가 개발한 차세대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먼저 채택돼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국내 기술이 내수 시장에서 먼저 검증되고 나중에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해외에서 먼저 채택돼 현지 또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개발된 첨단 기술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의 기술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일본·미국 등 해외의 우수한 부품소재 기술을 들여와 완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많았는데 국내 기술을 채택한 해외 업체가 많아진다면 부품소재분야의 무역역조 현상 개선에도 한몫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해외기업에 공급하는 첨단기술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케이디씨정보통신이 중국 TCL에 공급하기로 한 3차원 영상 모듈을 비롯해 유럽형 이동통신(GSM)용 블루투스 모듈, 전자부품연구원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대우전자부품의 바이너리 CDMA 등의 기술은 한결같이 높은 기술수준을 자랑한다. TCL·하이얼 등 세계적인 기업이 국내 제품을 채택한 이유도 바로 국내 업계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제품이나 시장의 특성상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일차적인 검증을 받아야 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시장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 기술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해준다면 우리의 첨단 기술을 세계 유수의 기업에 먼저 공급하는 일은 당연히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국내 기술을 해외 시장에 먼저 공급되는 것이 국내 산업에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일부 부작용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이 국내 업체보다 해외 업체에 먼저 공급됨으로써 국내 업체가 역공을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국내 첨단 기술을 채택한 TCL·하이얼 등 해외 업체들이 국내 기술을 활용해 자국 시장을 공략하고 이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업계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첨단기술을 개발한 국내 기업이 납품가격 등의 문제로 국내에서 홀대받아 불가피하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 간 협력이나 가격 협상을 통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데도 체계적인 기술 검증 절차나 마케팅 전략이 부재해 첨단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생긴다면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계 내부의 점검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가뜩이나 국내 산업의 공동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인데 별 여과장치 없이 첨단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해외에서 주요 기술을 테스트하거나 양산에 나서는 게 국내에서 하는 것보다 기술 유출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 사업에 나설 경우 특허 취득 전략에 만전을 기하거나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명시해 국내의 기술 노하우가 무분별하게 해외에 유출되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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