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시베리아 골든밸리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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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범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최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지부인 ‘SB RAS’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소재한 아카뎀고로독을 방문하였다.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 및 영국·독일·중국 등 30개국 100여명의 과학기술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초청받은 이 행사에 한국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초청받아 축사를 했으며 SB RAS와 중소기업진흥공단 간 업무협력약정도 체결했다.

 2006년 9월 중진공이 중소기업의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아카뎀고로독 내에 기술협력센터를 개소하고, 2006년 11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과학기술교육 자문위원이자 SB RAS 중소기업혁신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쿨리파노프 SB RAS 부회장과 중진공과의 만남이 계기가 돼, SB RAS 측에서 50주년 행사에 나를 초청하게 된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를 비롯한 시베리아지역은 러시아 과학기술의 허브로 생명공학, 나노 등 첨단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기관이 집중돼 있는 곳으로 중진공은 양국 간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협력센터를 개소하였으며, 그동안 약 130건의 이전 가능 원천기술을 발굴하여 국내 중소기업에 소개한 바 있다.

 중진공은 SB RAS 50주년 행사에 즈음하여 5월 31부터 6월 1일까지 이틀 동안 국내 중소기업 10개 업체가 참가한 기술협력사절단을 아카뎀고로독에 파견하여 기술협력 상담 및 연구소 방문 등 기술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전개했으며 그 중에 중소기업인 엑소의 팁 도금기술, 엠스타의 음향건조 기술 및 건양씨엔이의 크리오겔 재료기술 등은 기술이전 및 공동기술개발 등 협력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추후 조건 협의 등 협력성사를 위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어로 아카뎀고로독은 ‘작은 학술도시’라는 말로써 동서냉전 체제와 우주개발 경쟁이 불붙기 시작하던 1957년 사회주의 소련 과학중흥의 본거지로 후르시쵸프에 의해 건설된 연구단지이다. 러시아의 3번째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 남쪽 37㎞ 지점에 위치한 아카뎀로로독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개발을 완성한 곳이며, 자동화 및 전기측량연구소 등 37개의 연구소가 밀집돼 있다.

 또한 최근 하나둘씩 등장한 아카뎀고로독 내 벤처기업이 벌써 120여개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아카뎀고로독 및 인근지역에는 20여개의 대학이 밀집돼 있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상시킨다. SB RAS에서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예산지원으로 2008년부터 아카뎀고로독 내에 대규모 테크노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며 아카뎀고로독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골든 밸리’로 육성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카뎀고로독의 자작나무 가로수가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기 때문에 골든 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복잡한 문제가 있으면 미국에 보내고, 매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인도에 보내지만,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면 러시아(아카뎀고로독)에 보내라”고 인텔 러시아 지사장이 최근 말한 바 있다. 중진공이 노보시비르스크 아카뎀고로독 내에 기술협력센터를 설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무박 3일간의 짧은 노보시비르스크 방문을 통해 아카뎀고로독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느꼈으며, 우리나라 벤처기업 및 기술지향 중소기업이 아카뎀고로독 내 연구소 및 벤처기업과의 기술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3∼5년이 지난 후에는 지금처럼 좋은 여건에서 협력할 기회를 놓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중진공의 노보시비르스크 기술협력센터에서는 러시아 시베리아지역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응용 및 상업화 기술을 접목하여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한·러 기술협력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동 기술협력센터 내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어 노보시비르스크에 출장 가는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협력 지원 등 현지 활동지원 및 업무 공간 제공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bdheo@sb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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