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고폰 재활용 방식 개선 급하다

 IT 만능기기인 휴대폰이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지 않아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니 정말 걱정스럽다. 다이내믹한 IT환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휴대폰 구매 사이클이 어느 나라보다도 짧다. 누구나 한 번쯤 구형 휴대폰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그냥 버리거나 방치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매년 1000만대 이상의 폐휴대폰이 발생하는데,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규모라고 한다. 더구나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 중고 휴대폰이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자제품 등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03년 1월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오히려 멀쩡한 휴대폰을 파쇄, 자원낭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니 정확히 실태를 파악해 대응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휴대폰의 의무 재활용 비율은 16.5%다. 문제는 2005년부터 EPR 적용 대상이 된 휴대폰의 경우 의무적으로 재활용해야 할 물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수치를 채우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무 재활용 비율을 맞추기 위해 업체들이 팔리지도 않은 재고품이나 수출한 중고품까지 강제로 수거해 파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중고품을 수출하는 것은 외화 획득은 물론이고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도 있는데, 이처럼 수출된 중고품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강제로 파쇄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통사와 제조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휴대폰 재활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재활용 업무를 외부에 위탁한 것이 비록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멀쩡한 휴대폰이 파쇄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면 문제다.

 어떤 식이든지 제조업체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제조업체를 EPR 주체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중고폰 유통과 재활용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중고 휴대폰의 폐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EPR의 맹점도 빨리 보완해야 한다. EPR는 휴대폰 등 폐전자제품 수거와 재활용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제조사들이 위탁기관과 하도급업체에 이 업무를 위탁, 결국 폐전자제품의 재활용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년도 판매량 대비 일정량을 정해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현행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환경부가 현행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 연내 시행령을 개정해 연간 단위로 돼 있는 재활용 비율을 5년 등 중장기 단위로 바꿀 예정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번 문제 제기가 휴대폰의 합리적 재활용은 물론이고 법제도적인 차원의 개선책을 모색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