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내비게이션 가격이 30만원인데, 그만큼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드려요.”
귀가 솔깃할 ‘공짜 제안’(무료통화권)의 실체가 드러났다. 통신위원회가 지난 4월 한 달간 10개 관련 부가·별정통신사업자를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이용약관과 다르게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한 위법 행위(전기통신사업법 제36조의 3 제1항 제4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공짜의 실체는 이렇다. 일반 휴대폰 통화요금은 10초에 18원 안팎이어서 1분을 쓰면 108원 정도가 부과된다. 이와 달리 무료통화권은 ‘무조건 1분당 최대 580원’을 부과하는 체계다. 1분이 아닌 단 10초를 사용해도 580원이 부과되는 것이다. 무료통화권을 아껴 쓰자는 생각으로 10초, 20초 안에 통화를 빨리 끝낼수록 더 손해다. 만일 10초만 통화하고 끊었다면 50초에 해당하는 소비자 권리는 공중전화의 낙전(落錢)처럼 허공으로 사라진다. 애초 무료통화권에 박힌 액면 그대로를 모두 쓸 수 있는 체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무료통화권 유효기간도 터무니없이 짧았다. 고액 통화권을 발행하되 유효기간을 ‘인증 뒤 1개월 이내’로 짧게 설정함으로써 액면을 다 쓸 수 없도록 유도했다. 이렇듯 다 쓸 수 없는 구조다 보니 소비자가 무료통화권으로 통화한 뒤 요금이 발행회사로 청구되는 회수율이 15%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100장을 발행해 15장 정도만 부담해주면 되는 것. 이에 따라 3만원짜리 무료통화권의 실제 거래가격이 1500∼3000원에 불과해 ‘공짜 마케팅’이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통신위 분석이다.
휴대폰 무료통화권이 다양한 상품에 붙여주는 경품으로 활용되면서 연간 시장규모가 112억원대로 늘어난데다 소비자 민원이 지난 1월 63건, 2월 71건, 3월 44건으로 늘어 경계할 수준이다. 자나 깨나 공짜 마케팅에 조심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국번 없이 1335’로 전화하거나 통신위 홈페이지(www.kcc.go.kr) 전자민원창구에 신고해야겠다.
이은용차장·정책팀@전자신문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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