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많은 과제를 안고 어제 공식 출범했다.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가 확대·발전된 이 협회는 그동안 자존심 경쟁을 벌이며 협력에 소극적이었던 삼성과 LG가 극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LG가 불참하고 중소기업만 참여했던 까닭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디스플레이 분야 1·2위인 삼성과 LG가 대기업과 대기업 간 협력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약속하며 협회 창립의 주체로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반도체산업도 그렇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매우 척박한 상황에서 이룩한 귀중한 결실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262억달러를 수출하며 전체 총 수출의 8.1%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이는 연구개발자들의 밤잠을 잊은 투혼과 영업 담당자들의 세계 시장 개척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선 LCD만 보더라도 비록 우리나라가 대만과 공동으로 양강을 형성하고 있지만 TFF LCD를 최초로 상용화한 일본이 최근 투자를 확대하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PDP 분야에서도 일본의 마쓰시타가 공세를 강화하는 등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격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출범한 협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우선 기판 표준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간에 패널 크기 표준화를 놓고 과열 경쟁을 벌여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고비용 생산구조가 만들어지고 후발주자로 참여한 대만업체만 이득을 봤다. 기판 표준화는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 해외장비나 재료 구매 시 국내 업체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 간 패널 상호 구매도 이루어져야 한다. 삼성과 LG가 서로 경쟁사 패널을 구매하지 않음에 따라 대만업체만 반사이익을 얻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기업 간 전략적 차원의 특허협력도 필요하다. 이미 삼성과 소니가 상호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 등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특허분야에서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삼성과 LG가 특허공유 등 특허 분야의 협력을 소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
중소 장비 및 재료업체에 부담이 되고 있는 ‘수직 계열화’ 문제도 차제에 타파해야 한다. 패널업체와 장비·재료업체 간 신속한 기술 및 경영전략 공유로 산업 초기에 유효했던 수직계열화는 지금은 신기술 개발 역량분산과 수요처 축소 등 경쟁력 저하 원인이 되고 있다. 국산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협회는 패널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장비·재료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국경 없는 글로벌 전쟁 시대에 어쩌면 너무 늦게 출범한 감도 있지만 협회가 디스플레이업계의 상생 기반을 확실히 마련하고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을 주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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