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순간들]한미숙 헤리트 사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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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직원들에게 자주 얘기하곤 한다. 일을 좋아하게 되면 즐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개인이든 회사든 위기는 항상 찾아오게 마련이다. 필자 또한 사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몇 번의 위기를 넘겨야만 했다.

 회사가 대전에 있던 창업 2년차, 고객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3일 이상 서울로 출장을 다녔는데 새벽에 대전을 출발해 서울로 가기를 반복할 때의 일이다. 2001년 12월 말,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중앙분리대를 받고 전복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기업가의 책임이 뭔지, 가족과 함께 직원들의 얼굴이 영화의 필름처럼 머릿속으로 막 지나갔다. 폐차가 될 정도로 위험한 사고였지만 그때 그, 구급차를 불러 주고 병원까지 따라와 후속 조치를 도와준 고마운 분이 있었다. 나중에 만나뵙기를 청하자, 그분은 인터넷을 통해 필자가 벤처기업가라는 걸 알고 ‘사업 잘하는 모습을 언론 등을 통해 보여 주길 기대한다, 그러는게 자신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한사코 거절했다. 필자는 항상 그 말을 깊이 새기고 있으며, 사업이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내고 뛰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서울로 회사를 이전하고 좀 더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던 2003년 5월로 기억된다. 아침에 출근해 조간을 보던중 ‘온세통신 법정관리 돌입’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 앞이 아찔했다. 만기를 며칠 앞둔 온세통신 어음 10억8000만원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막 시장을 열어가는 중이라 상용화 자금이 더 필요한 시점에 이게 웬 말인가. 당시는 코스닥 폭락과 벤처기업들의 모럴 헤저드 등으로 투자 분위기가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사업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를 단행해준 벤처캐피털업체가 있었다. 자금 투자만이 아니라 경영상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면 투자사의 조언을 받는 등 그 덕에 회사 체계를 잡아 나갈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 투자해준 투자사에 사업의 결과로 돌려 줄 수 있어야 하기에,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내고 뛰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러던 2005년, KT의 인터넷전화(VoIP)망 구축 벤치마킹테스트(BMT)에 무리하게 뛰어들면서 고배를 마시는 일이 벌어졌다. 시간이 부족했던데다, 경영진과 핵심 기술인력간 업무추진 방식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었다. 큰폭의 적자가 불가피해졌고 인력들은 동요했다. 기술력 하나로 버티는 회사에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면 그야말로 큰일이었다. ‘이보다 더 큰 위기 상황은 없다’는 생각으로 팀별, 개인별로 저녁마다 만나 다시 한번 힘을 내 “좁은 국내 시장에 머물지 말고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겨루는 회사를 만들어 보자”라고 설득해 나갔다.

 다행히도 직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고, 그 후 인력 보강과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더욱 강한 조직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흐트러뜨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한 끝에 비로소 2006년 턴어라운드할 수 있었다.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회사를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에게 행복을 돌려주기 위해, 필자가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내고 뛰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mshan@heri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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