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산업 획기적인 전환 기대한다

 산업자원부가 향후 10년간 총 1조2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미래시장 선점형 부품소재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산·학·연 전문가의 의견 수렴과 전문 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120개의 집중 육성 분야를 선정, 앞으로 10년간 민간 부문을 합쳐 1조7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산자부가 이번에 내놓은 부품소재 원천기술 육성방안이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소재 산업 중심으로 국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맹렬한 기세로 따라오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처방전이 될 것을 기대한다.

 정부의 이번 부품소재 기술개발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로드맵을 만들고 핵심 원천기술 중심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존의 방식대로 단기 사업화 과제를 중심으로 R&D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핵심 부품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줄일 수 없다. 미래시장 선점을 겨냥해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해야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부품소재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산업을 핵심 원천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시각에서 정부 지원 예산의 3분의 2가량을 소재 원천 기술분야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품소재 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소재분야만큼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소재 원천기술 분야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것은 국내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 예측대로 차세대 영상화 고분자 필름 광학 분야에서 소재개발에 성공할 경우 오는 2015년께에 전 세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의 40%를 점유할 것이라는 예상은 소재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 같은 소재분야의 원천기술이 많이 나와주어야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고도화가 가능하다.

 이번 정책의 성패는 효율적인 산학연 협력 체계와 정부의 치밀한 과제 관리 및 감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품소재 분야의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원천기술을 순차적으로 확보하고 후속 연구에 연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과제 수행 중에 소기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안달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선정된 120개 과제에 매몰돼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을 도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IT분야는 기술개발 동향과 시장상황에 따라 1∼2년 전에 선정한 기술 과제들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기술개발 동향과 시장상황에 따라 이번에 확정된 기술 로드맵과 선정된 120개 과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번 부품소재 관련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국내 부품소재산업이 세계 5대 강국에 이른 시일 내 진입하고 지난 97년 이후 계속된 부품소재 산업 흑자 기조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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