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전국 대학들이 앞다퉈 개설했던 게임 관련 학과의 운영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모양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각 대학이 게임 관련 학과를 너도 나도 개설하는 바람에 커리큘럼이 상당히 부실하고 졸업생들의 게임업계 취업률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메이저 게임업체 개발인력의 3%만이 게임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3%에 불과하다는 통계치는 게임 관련 학과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게임업체들이 게임 관련 학과 졸업생을 채용하기보다는 컴퓨터나 디자인 전공자를 뽑아 재교육하는 관행이 굳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작 게임업계 경영자들은 게임 분야에 쓸 만한 인력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한 해 게임 관련 학과를 통해 배출되는 졸업생이 줄잡아 5000명에 이르는데, 특히 기획·3D프로그래밍·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게임업계의 이 같은 불만이 사실이라면 전국적으로 120개에 이른다는 게임 관련 학과가 왜 존재해야만 하는지 의문스럽다. 물론 게임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게임업종 취업률이 낮은 것을 학과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임업계에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기관이 인력수요를 잘못 예측했거나 교육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게임 관련 학과의 운영이 충실해지고 졸업생들의 게임업계 진출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대학 자체의 변신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게임산업 분야별 또는 기능별로 인력에 대한 수요 예측이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추세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산학과·디자인학과·전자공학과 등 인접 학과와의 관계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소요 인력에 대한 수요 예측이 잘못돼 있다면 게임 관련 학과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 커리큘럼도 새롭게 짜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교수진과 커리큘럼 확보 등을 통해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고 실습 환경을 개선하는 등 게임교육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학 연계활동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특히 대학과 게임업체들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산업 현장과 교육기관 간 간극을 메우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또 게임 개발 현장에서 전문적인 노하우를 확보한 강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프로젝트 위주의 교수 기법을 개발해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단순한 기능 교육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게임 기획, 시나리오 작성, 캐릭터 창조, 인터넷 마케팅 등 게임산업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길러주고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게임산업의 조류에 맞도록 교육 과정을 재정비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게임 관련 학과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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