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인 CES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CES는 지난 1967년 뉴욕에서 처음으로 행사가 열린 후 40번째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주최 측은 40주년을 맞아 각종 이벤트와 기념행사를 준비, 관람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려 15만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CES에도 빌 게이츠 MS 회장이 주제발표자로 나서고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사장, 에드 잰더 모토로라 회장,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이 기조연설을 하거나 참관해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여기다 IBM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CES에 참가해 관심을 끌고 있으며 호주 업체들도 CES 사상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일단 흥행 요건은 갖춘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등 스타급 임원이 총출동해 현지에서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진두지휘한다. 그런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당연히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팬택·대우일렉 등 전문업체들의 경영위기로 침체돼 있는 IT업계에 희망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어야겠다는 절체절명의 의식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IT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의 상상력과 창발성을 가미해야 한다. 한 미국 언론은 이번 CES에 획기적인 첨단 IT가 부상하기보다는 ‘현재 기술적 트렌드를 지지해줄 제품들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의 상상력과 창발성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는 MS의 새 운용체계인 윈도 비스타와 인텔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허브 기술인 ‘Viiv’, 블루레이와 HD DVD 진영 간 차세대 DVD 포맷 전쟁, 풀HD급 디지털TV 기술 진화, 와이파이에 이어 관심을 끌고 있는 단거리 광대역 무선통신기술 UWB, 디지털홈 기술 연합체인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동향 등이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만의 상상력과 기술력을 얹을 수 있어야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들은 고품격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기회로 이번 CES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TV 등 소비자 가전 시장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을 만큼 무한 경쟁 상황에 돌입했다. 몇 년 전 디지털TV 시장에 진출했던 델·HP 등 컴퓨터 업체를 제치고 웨스팅하우스·비지오·폴라로이드 등이 미국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가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품격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레인콤·이트로닉스 등 중견 전문기업에 이번 CES가 재도약의 발판이 돼야 한다. 배수진을 치는 자세로 틈새 시장과 새 공급처를 발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으면 한순간에 세계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제 글로벌 IT기업들의 기술 각축전이 시작됐다. 우리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이번 전시회를 가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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