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엔탑(n.TOP)이라는 브랜드로 무선인터넷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무선인터넷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텍스트 디스플레이만 가능한 흑백화면과 단화음 벨소리가 울리는 휴대전화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지금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선인터넷의 발전 과정은 유선인터넷의 그것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유선인터넷이 다양한 킬러콘텐츠 위주로 발전해왔다면 무선인터넷은 모바일에 적용 가능한 기술진화 위주로 발전했다. 초기 문자메시지(SMS) 기반의 데이터 서비스는 왑(WAP)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후에는 다운로드형 버추얼머신(VM) 서비스, 스트리밍 방식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등으로 진화했다.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제공루트와 단말기 기능 진화가 상호 작용하면서 발전한 모습이다.
유선인터넷이 e메일·검색·커뮤니티·커머스 등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제한적인 유료콘텐츠·광고·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가는 B2B 형태로 발전했다면 무선인터넷은 벨소리·배경화면 다운로드나 게임·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통화료와 정보이용료 수익 위주의 B2C 형태로 발전한 것도 다른 특징이다.
무선인터넷이 이처럼 유선인터넷과 다른 성장 배경을 가졌다는 점에서 도약을 위해 통신사업자나 콘텐츠 개발사에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과 책임도 차이점을 가진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거래 활동이 디지털로 전환됐으며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관계형성까지도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이와 같은 인터넷 활동을 모두 무선인터넷으로 구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며 어떤 것들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무선인터넷은 유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이 된다. 따라서 무선인터넷이 더욱 대중화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양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콘텐츠의 동반 진화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효용성이나 비용 대비 가치는 개인마다 서로 다르지만 현재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용자는 비용 대비 만족도, 효용성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통신사업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선인터넷 요금구조를 소비자 지향적으로 다각화하는 시도와 노력, 리소스를 투입해야 한다. 콘텐츠 제공사업자도 소비자에게 더 효용성 높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며 지출하는 비용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참신한 사업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차세대 인터넷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명하고자 사람들은 웹2.0을 화두로 꺼낸다. ‘웹이라는 거대한 그릇에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를 누구나 제공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웹민주주의’라 주장하며 이를 위해 참여와 개방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꼽는다.
무선인터넷도 제2의 성장을 위해서 모든 정보생산자의 참여 장려를 위해 콘텐츠 제작·편집에 필요한 기술을 표준화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가 구현돼야만 창의적이고 다양한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자유로이 생산, 소비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무선인터넷은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하나의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유선인터넷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산업구조를 형성했듯 미래의 무선인터넷도 유선인터넷의 보완대체재로서 다양한 산업 구성원과 다각적인 가치사슬을 갖는 산업 구조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무선인터넷이 진정 인간 생활을 혁신하는 제2의 도약을 이루려면 다양한 참여자의 미래지향적 사고와 창의적 활동이 절실하다.
◆김수일 SK텔레콤 데이터사업본부장·상무 sooil@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