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라디오 정책 마련 급하다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지상파DMB의 보급으로 뒷전에 밀려났던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 논의가 최근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최근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시점, 전송방식, 사업자 구도에 관한 외부 용역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19일에는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가 방송협회 주최로 열려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 논의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시점, 전송방식, 사업자 형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지난 97년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관해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아직도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지상파 TV방송과는 달리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전환 시점이 결정되지 않았고 전송방식도 지난 2002년 유레카147 방식(유럽형)으로 잠정 결정됐으나 유동적인 상황이다.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 논의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DMB·인터넷방송·디지털 케이블TV 등 디지털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사·경쟁 매체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오디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등장이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후순위로 밀어낸 것이다. 특히 디지털 라디오 방송에서 진화된 개념인 지상파DMB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화 계획은 정책 당국이나 세인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화 전환 정책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디지털 라디오 방송은 멀티 서라운드화, 데이터 방송(교통·기상·주식·문자정보 등) 등 부가서비스의 도입, 페이 라디오, 라디오 상거래(r커머스) 등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결코 ‘올드’ 매체가 아니다. 게다가 라디오 방송은 유료 방송 서비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보편적 서비스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언제 디지털로 전환하고 전송방식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뜨거운 감자다.

 그동안 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는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화를 완료한 후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견지했다. 아날로그TV 방송의 종료 시점을 2012년으로 봤을 때 라디오 방송의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은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문제와 연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파수 부족 문제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정통부와 방송위원회 역시 “지상파 라디오의 디지털화를 위한 주파수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지상파 라디오 디지털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별다른 실행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의 종료 시점(2012년) 이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행 시기를 2008∼201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방송사 중심으로 구성된 디지털라디오추진위원회 측은 일정을 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측은 주파수 문제 등 이유를 들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라디오 방송의 도입 시기가 무작정 지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의미 자체가 상실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만큼 디지털 전환은 가급적 빨리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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