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트루시니스 신드롬

 정보가 흘러 넘치고 있다. 인터넷의 힘이다. 정보의 형태는 전통적인 텍스트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진은 물론이고 동영상으로 진화되고 있다. 정보를 만드는 주체도 마찬가지다. 더는 권위있는 전문가나 기관, 단체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수용자였던 정보 이용자가 가장 강력한 정보 제공자로 바뀌고 있다. 웹2.0과 UCC 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검색의 필요성은 높아진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속속들이, 마음에 쏙 들게 찾아서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바야흐로 검색엔진 세계대전이 펼쳐지고 있는 배경이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정보의 공급원이 다양해질수록 사실은 넘쳐나지만 진실과 거짓을 규명해 내기는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진실 가리기’ 능력이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실 가리기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당신(YOU)’이다. 당신은 진실을 가릴 수 있도록 고도로 훈련받은 특수요원이 아니다. 전지전능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당신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자 바로 나 자신이다. 가장 인간적이지만 가장 비인간적일 때도 많다. 매우 개성적이지만 동시에 아주 대중적이다.

 올해의 신조어를 뽑으라면 단연 ‘트루시니스’다.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정보는 많아지고, 그러기에 진실 가리기에는 더 취약한 바로 당신의 초상이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정보(사실)를 믿고 싶어했다. 그런 무기가 없다는 정보(또 다른 사실)는 믿고 싶지 않아 했다. 서로 다른 사실 중 진실을 가려내기 전에 이미 자신만의 진실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동물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올 한 해는 트루시니스 신드롬의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우석 박사 사건을 필두로 개똥녀 사건 같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셜 매클루언은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에 메시지는 콘텐츠보다는 미디어, 즉 매체 고유의 특성을 더 반영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신문·방송·영화·인터넷이라는 각각의 매체는 서로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신문 쪽으로 갈수록 정보의 권위가 세지고 인터넷 쪽으로 갈수록 트루시니스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트루시니스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흠결이기 이전에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속성이 아닐까.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전자신문, sh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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