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넉 달 동안 남북 관계는 ‘결빙(結氷)’과 ‘해빙(解氷)’을 오갔다.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여러 현안을 그대로 남긴 채 세밑을 맞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몇 달간 북핵 실험으로 세계의 비난이 북한에 집중됐고 미국과 일본은 경제 제재와 보복을 선언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우방 격인 중국마저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남북 정세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이 강경했던 태도를 바꿔 북한의 핵폐기 대가로 경제 및 에너지를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6자 회담이 재개될 분위기다. 그나마 다행스럽다.
물론 12월 중순쯤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 회담의 재개 전망을 확신할 순 없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앞으로 남북 정세가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로 돌아서서 지금 우리가 중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경제협력에 나서고 있듯이 북한과도 그러한 관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북한과 이전의 제한적인 협력 수준을 넘어 더욱 성숙한 남북 IT협력을 일궈내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내가 상상하는 남북 협력의 모습은 대략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북한과 화해·협력 모드에 접어들고 남쪽의 IT업체가 앞다투어 북한으로 진출한다. 많은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확장한 제2연구소를 세운다. 이 연구소에는 대규모의 뛰어난 북한 연구인력이 채용돼 우리 제품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이곳은 국내 R&D센터보다 3분의 1 정도의 낮은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최신 제품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제품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물론 이 같은 희망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것도 많다. 우선 우수한 북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국내 IT업체와 교육기관은 북한 인력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이들은 IT업체의 일원이 되어 기술력을 더욱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힘이 될 것이다. 또 이렇게 교육받은 우수 인력을 토대로 대규모 SW센터가 북한 내에 설립되면 남북한 간 IT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당연히 이 센터는 인도보다 더욱 우수한 SW기술과 생산성을 갖게 될 것이다.
남북 IT협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에 있던 생산센터들이 개성공단으로 이전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북한 정부의 지원과 저임금 구조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게다가 북한 인력은 성실하고 무엇보다 우리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생산센터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북한의 우수한 두뇌와 낮은 임금 비용 그리고 남한의 자본력이 합쳐져 차별화된 경쟁력과 시너지가 창출되는 것이다. 남북 협력은 단지 IT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공한 IT협력의 결과물은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남북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모델에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이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미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로 남북이 화해 무드로 돌아서 개성공단 등을 통한 남북 IT협력이 다시 진전을 보인다면 남한의 자본력과 비즈니스 경험이 북한의 우수한 리소스와 결합돼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이때에 대비해 IT기업을 포함해 여러 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nam@da-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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