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 정책을 통합 관장할 ‘방송통신위원회’(가칭) 설치를 위한 법률 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입법 예고됐다. 현행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그대로 통합한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논란을 불렀던 소관 사무도 지존 정부조직법 편제에 있는 양 기관의 업무를 거의 그대로 이관하는 형태로 규정돼 있다.
국무조정실은 공청회와 부처 협의 등을 거쳐 이달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되면 내년 상반기에 방송통신 분야 규제·정책·진흥을 담당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는 IPTV 등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차세대 미디어가 본격 등장하고 관련 산업의 빅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방송과 통신을 통합하는 배는 띄웠지만 이 배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방송계 등에서 꾸준히 지적해온 방송통신위의 독임제적 요소에 따른 직무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높고, 부처 간 기능 중복 문제 해소보다는 업무를 재조합하는 수준에 그치는 등 허점투성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입법 예고와 동시에 방송위 직원의 공무원 대우문제, 콘텐츠 관할문제를 놓고 문화부와 방송위가 날카롭게 대결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물론 통합기구 설립이 우선이기에 관계 부처의 의견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방송·통신 융합 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은 채 몸집만 커진 통합기구를 띄우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여기서 법안을 전면 새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년간 논의 끝에 겨우 합의점을 찾은 방송·통신 융합기구 출범이 몇몇 부처 간 이해 문제와 방송위 직원의 처우 문제로 삐걱거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지금이라도 재검토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무조정실 방통융합추진위가 부처 간 이견이 심한 분야는 별도의제로 선정해 연구를 통해 관련 개별법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라니 기대된다.
지금 경쟁국들은 통신·방송 융합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는 지금까지 밥그릇 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방송·통신 융합 분야의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번 법안도 세계적인 추세인 방송·통신 융합 분야를 어떻게 확장·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면한 이해관계의 조정 속에서 정작 중요한 큰 흐름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법안은 이른 시일 내 충분히 검토하고 계획대로 내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에 대비해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분야의 육성 정책 대안도 필요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융합서비스 논의를 분리해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독일처럼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개시를 위한 한시적 단독입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추후 통합법이 통과되는 시점에 이 한시법을 통합법에 포함시키는 단계적 대응도 필요하다.
방송·통신 분야가 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규제에서 진흥에 이르는 모든 기능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미디어의 정치 도구화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