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역의 날이다. 다음달 5일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수출 3000억달러 국가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맞는 무역의 날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정부는 현재까지 수출실적과 추이를 감안할 때 올해 수출이 32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써 홍콩을 제치고 세계 수출 11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한다. 연간 수출 3000억달러 돌파는 우리나라가 지난 2004년 2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이룬 것으로 괄목할 수출 성장세에 놀랄 뿐이다. 특히 원화 강세, 원자재가 상승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비롯한 산업기술정책과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노력 등이 어우러져 이런 성과를 이끌어냈고, 이것이 내수 부진에 빠진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데 큰 힘이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수출 3000억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디지털전자 기업인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원·달러 환율은 물론이고 원·엔 환율의 급락으로 수출 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해보며 수출하고 있고 일부는 수출계약을 취소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원화 강세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경제는 물론이고 수출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세계 무역환경마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간, 지역 간 무역불균형의 확대로 환율이 급변하고 테러 등 지정학적 위험 증가로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에 따라 환경·보건·위생 관련 위험이 증대되는 등 무역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이러한 환경변화의 대책을 소홀히 하면 2011년 수출 5000억달러,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수출은 앞으로도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내수시장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수출 외에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간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수출은 5000억달러 이상으로 계속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출 전략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악화되고 있는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 등 수출산업의 고도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무역 구현 등이 그것이다. 또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를 이을 차세대 수출 주종 품목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미국 등 일부 국가에 치우친 수출 시장을 더욱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출의 폭이 일반 제조업 상품은 물론이고 기술·서비스·콘텐츠 등으로까지 넓어지고 깊어져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국의 추격이 빨라지고 우리와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의 기술보호 장벽이 날로 두꺼워지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남의 기술을 가져와 응용하는 방식은 머지않아 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고와 같은 것이다. 우리 스스로 기초과학 분야의 경쟁력을 서둘러 키워나가야 한다. 세계 11위 무역대국에 걸맞은 투명 경영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울리는 기업의 자세변화도 필수불가결한 수출 경쟁력의 요소다. 이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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