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년대 미국 군사기관에서 일하던 허먼 칸은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수소폭탄의 엄청난 파괴력을 설명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사실이 아닌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동원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핵전쟁의 모습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시나리오는 미래에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상황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맞는 대응책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군사전략에 주로 사용되던 시나리오 기법은 기업 경영에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지난 70년대 오일쇼크를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예측한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가 급등이라는 비관적인 상황 앞에서도 위험뿐 아니라 기회까지도 고려했기 때문에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정확한 고객 트렌드와 기술발전 예측은 기업생존을 좌우한다. 이에 따른 효율적인 투자와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에게 미래 시나리오는 필수다. 현재의 문제에 허덕이며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큰 재앙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연구보고서를 내놓고 다양한 경제 예측과 트렌드성 시나리오를 쏟아낸다. 그러나 권위 있는 연구소가 내놓은 예측도 빗나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올해 가장 빗나간 경제예측 10가지’를 발표한다.
이런 창피함을 피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 필연성(必然性)을 가진 미래 시나리오를 찾으면 된다. 미래 사태를 불러오는 결정적인 요인은 반드시 현재에 존재한다. 그 필연적인 요인은 미래에 영향을 끼치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현재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요소만 발견하면 미래 시나리오는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현재‘를 ‘지금’이 아닌 ‘미래의 과거’라고 부른다. 현실에 존재하는 필연이 곧 미래 상황이라는 의미다.
주상돈차장·u미디어팀@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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