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의 대명사인 소니의 앞날을 놓고 ‘회생 불능’과 ‘화려한 재기’를 점치는 분석이 전문가들 간에도 엇갈린다.
배터리 리콜 사태로 인한 손실액이 600억엔대로 부풀어 오르면서 지난해 간신히 회복한 흑자 기조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며 위기 탈출에 나섰던 가전 부문도 재차 신뢰에 금이 갔다.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이 나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무마를 노렸지만 CEO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니의 위기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MP3를 지원하지도 못하는 음악 플레이어를 만들어 아이팟에 시장을 석권당하거나 전혀 규격이 다른 DVD 리코더를 만들어내는 오류도 범했다. LCD 등 평판TV로의 변화를 못 읽고 평면 CRT TV만 고집하다 가전 선두 자리를 마쓰시타에 내줬다. 그리고 이제 세계 PC 제조사들의 제소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으니 최대 위기라는 분석이 쏟아질 법하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준비된’ 로케이션 프리라는 제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로케이션 프리는 소니 등록상표로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을 경유해 전송하고 시청하는 시스템이다.
소니는 지난 2000년 무선랜을 이용한 와이어리스TV ‘에어보드’를 발표했다. 이후 2004년 이 제품을 진화시켜 가정 내에 설치한 서버에 수신·축적한 방송 콘텐츠를 밖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의 작성과 전송을 통해 끊임없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게 소니의 전략이다. 로케이션 프리를 이용하면 전송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소니가 이 기술을 응용한 각종 기기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자사 HDD 내장 DVD 리코더와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로케이션 프리용 서버와 소니에릭슨의 휴대폰 등이 결합하면 로케이션 프리 기능이 실현된다.
가전사업 부진, 소니답지 않은 제품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정작 소니는 새로운 기술에 도전해 왔다. 배터리 리콜이나 PS3 출시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제품 전략은 언제나 ‘소니다운’ 당당함이다. 시장을 지배하는 ‘기술’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있는 한 소니는 망하기 힘든 기업 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 소니가 로케이션 프리를 앞세워 화려하게 재기할지 두고 볼 일이다.
글로벌팀·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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