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절실한 라우터 지재권 확보

 IT839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던 중대형 라우터 국산화 사업이 해외 파트너기업의 파산으로 위기에 몰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상대 기업이 파산할 경우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더욱이 라우터 개발과 시험망 도입 등을 위해 지금까지 투입한 수백억원대의 정부 자금도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런 위기가 개발파트너 기업인 캐스피언네트웍스의 파산 때문이라고 하니 핵심기술의 지적재산권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대형 라우터는 광대역융합망(BcN)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장비로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처리하지 못하면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 원천기술 확보나 서비스 확산, 수출 등 사업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IT839 정책은 정부가 IT산업 재도약을 위해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다. IT839 정책을 추진한 덕분에 HSDPA와 와이브로·DMB 같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또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IT839 정책의 지난 상반기 생산효과가 38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으며 특히 IT839 분야의 대미 기술격차가 2003년 2.6년에서 올해는 1.6년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기업은 지난 2004년부터 고품질서비스(QoS) 대용량 라우터 개발을 위해 미국의 벤처기업 캐스피언네트웍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이 기업이 현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것을 확인하고 ETRI의 BcN시스템연구그룹 책임자 등을 미국에 급파했다고 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캐스피언 측이 제공해온 핵심기술의 지적재산권(IPR)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파산전문 변호사까지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파산 절차가 아직 진행중이어서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국내외 전문가들이 캐스피언의 경영부실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중대형 라우터 개발 프로젝트는 IT839 인프라 분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개발과 시험망 도입 등을 위해 지금까지 수백억원대의 정부자금이 투입됐다.

 ETRI와 캐스피언은 지난 2004년 말 1차 장비를 개발, 지난해 전자정부용 통신망 IP 연동기반을 비롯,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이 추진하는 BcN 시험사업망 및 광대역통합연구개발망 등에 적용한 바 있다. 최근에는 2차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중인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BcN 사업자 등에 공급을 앞두고 있었다. 경위야 어떻든 파트너 기업이 파산을 신청한 이상 캐스피언이 제공한 핵심기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발생할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당장 기술개발 차질과 국제 소송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꼭 지재권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원천기술을 갖지 못하면 기술사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IT 재도약을 이룩하려면 필히 라우터의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IT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면 대·중소 기업의 동반성장이나 일자리 창출, 1인당 연간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등도 기대할 수 없다. 이번에 지재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 확산이나 해외 진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신속한 대응으로 라우터 핵심기술의 지재권을 꼭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기업과의 기술개발 시 이런 사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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