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컨버전스와 대·중기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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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슬림폰 열풍을 몰고온 모토로라의 ‘레이저(RAZR)폰 대박 신화’의 숨은 주역이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이라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노키아의 공세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의 거센 추격으로 휘청거리던 모토로라가 2003년 국내 중소기업인 삼영테크놀로지로부터 기존 휴대폰 두께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공급받아 레이저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잘 알다시피 레이저폰은 출시 2년 만에 5000만대가 팔려 추락 직전에 있던 모토로라의 운명을 일거에 뒤바꿔 놓았다.

 이 뉴스를 접한 국민은 누구나 한번쯤 ‘국내 휴대폰 업체가 먼저 이 기술을 채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을 법하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기술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사실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대기업들의 치밀한 사업 전략과 과감한 투자 등이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삼영테크놀로지처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중소기업들의 땀과 기술이 결합되지 않았다면 결실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세계 산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산업 간 경계와 영역을 해체하는 컨버전스다. 그중에서도 단일 기기와 서비스에 다양한 IT를 구현하고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핵심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컨버전스 환경 아래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디지털 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기술의 복잡성이 증대하면서 기업 및 산업 간 연결성, 개방적인 상호 협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컨버전스 시대에는 아무리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연관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정부와 재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도 컨버전스 시대의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T업계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본력·R&D인프라·마케팅역량 등을 보유한 대기업의 하드웨어와 벤처정신, 창의적 아이디어 및 콘텐츠 등을 갖춘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상생협력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이 과거의 ‘갑을 관계’에서 탈피해 중소기업이 대등하고 수평적인 파트너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관계를 정착시키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또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곧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만큼 장기적인 경영 전략과 투자의 관점에서 협력업체들에 대한 재무·기술·교육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 협력 강화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배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소기업 역시 스스로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이런 노력을 통해 한층 공고해질 컨버전스 비즈니스 역량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컨버전스 경쟁력은 바로 글로벌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kimsb@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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