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단말기 보조금과 요금인하

 국내 통신서비스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 이동통신서비스는 다양성·안정성뿐만 아니라 단말기 보급률·우수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 독도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방문해도 공항에서 국산 휴대폰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와는 달리 국내시장은 점차 혼탁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 통신서비스 시장이 포화되고 소비자의 통신비용 지출이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더욱 심해지는 형국이다. 이에 각 업체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동남아시아·미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비중이 미미한 상태며 수익성도 미지수다.

 사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경쟁은 ‘번호이동’이 가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번호이동은 소비자 번호 선택권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 업체로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번호이동이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국내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서로 가입자를 뺏어오거나 이를 지키려는 혼탁한 경쟁으로 변질돼 진행되고 있다. 이에 번호이동이 시작된 첫해인 지난 2004년 각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는 전년도에 비해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됐다. 상대방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한 불법 보조금과 홍보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먼저, 요금인하로 전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소수 번호이동 소비자에 몰아주면서 요금인하 여력을 약화시켰다. 또 통신서비스 업체 수익성을 악화시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통신서비스 국가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업체 간 반목도 문제다. 과열경쟁으로 상생협력 정신이 사라지고 불신 풍조가 증대되고 있다. 이 밖에, 멀쩡한 단말기를 교체함으로써 로열티 및 부품 수입비용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국부 가 유출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를 위한 보조금 지급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정보통신부는 번호이동 초기에 발생했던 혼돈이 어느 정도 정리돼가는 현 시점에서 보조금을 허가함으로 써 다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정통부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보조금 지급 규정만을 되살리는 데 급급했다.

 현재 소비자들은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도 통신서비스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각 업체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할 자금이 있다면 요금인하부터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계에서 지출할 수 있는 통신요금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소비자가 향후 HSDPA·와이브로 등 신규 통신서비스에 선뜻 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요금인하는 더욱 필요하다.

 요금인하는 현재 사업자들이 집행하는 불법 보조금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자제한다면 신규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줄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치 군사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 간 군비축소와 유사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는 신뢰확보가 우선돼야 하며 이는 통신서비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볼 때 각 이동통신서비스 업체 간 신뢰복원은 아주 중요하다. 현재 사업자 간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므로, 필요하다면 여기에 정통부와 시민단체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문은 신속히 지원하고 토론해야 할 것은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국내경쟁에서 벗어나 축적된 여력을 해외 통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써야 한다.

 이런 중재를 통해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이전투구 경쟁은 근절돼야 한다. 업체 간 소모전은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다. 각 업체는 보조금이 아니라 요금인하 및 신규서비스 개발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상생에 기반을 둔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또 서로 협조해 한국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에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기를 거듭 부탁한다.

 문영성 숭실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교수, mun@computi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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