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통신시장 영역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유선사업자가 무선시장을, 이동통신사업자가 유선시장을 넘보는 일은 오래됐지만 그동안 서로 눈치만 보며 가능성만 점쳐왔던 게 사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LG텔레콤이 기분존을 내세워 유선전화 시장을 공격하고 나선데 이어, 데이콤이 와이파이폰으로 이동전화 사업자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반기께는 더욱 치열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텔레콤이 와이파이폰 서비스에 가세하는 한편, IPTV 서비스를 통해 방송시장에 우선 발을 담글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텔레콤은 푸시투토크(PTT)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또 다른 통신역무(시장 영역)인 주파수공용통신(TRS)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전망이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통신시장의 배타적 경계수역이 본격 허물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편집자주>
<무선 VoIP 시대 본격 도래하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회사원 이씨는 고객사에서 근무하는 날이 많다. 항상 많은 이동전화 요금에 골머리를 앓던 이씨는 최근 와이파이 폰을 구입한뒤 통화료 부담을 크게 덜었다. 고객사 내부에서는 유선전화보다 저렴한 요금을 부담하고, 직원들간의 내선통화는 무료다. 이뿐 아니다. 하나의 휴대폰을 이용하면 돼 밖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현재 쓰고 있는 이동전화로 전환된다. 집에도 접속장치(AP)를 설치한뒤부터는 더욱 요금부담을 줄였다.
데이콤이 최근 선보인 와이파이 폰의 구상이다. 데이콤의 와이파이 폰은 무선랜의 IP 망에 음성신호는 물론 영상·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까지 전달할 수 있는 무선 VoIP 서비스로, 특정 장소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VoIP의 한계를 뛰어넘을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무선랜 스위치와 IP-PBX, AP만 설치하면 와이파이 폰을 통해 간편하게 무선 VoIP를 도입할 수 있어 기존 구내 유선전화 시스템을 재구축하려는 곳에서는 유용한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무선 VoIP는 저렴하고 방대한 데이터 서비스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데이콤의 와이파이 폰은 일반 시내외통화의 경우 3분당 45원, 인터넷전화로 통화는 3분당 39원, 이동전화로 통화는 10초당 14원이다.
기존 유선전화에 비해 시내전화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시외전화는 최고 82%, 이동전화는 3% 저렴하다. 특히 같은 가입자끼리는 내선전화가 무료이고 월 기본요금도 회선당 2000원으로 KT의 5400원보다 크게 싸다는 점이 무기다. 데이콤이 우선 와이파이 폰으로 무선 VoIP 시장에 먼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하나로텔레콤도 하반기에는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단 와이파이 폰 서비스는 인터넷 전화 사업으로 간주되지만, 기간통신 사업자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하나로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종전 유선전화번호 그대로 무선 VoIP 전화로 번호를 옮길 수 있지만 삼성네트웍스·SK텔링크 등 별정 통신사업자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뒤처지는 070 식별번호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콤의 공세적인 시장진입을 계기로 무선 VoIP가 통신시장의 굵직한 흐름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무선랜 공유서비스가 또 다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KT·데이콤 등 무선랜 사업자들은 각자의 망을 폐쇄적으로 운영해왔지만 해외에서는 ‘폰닷컴’이 지난해 11월 무선랜 공유서비스를 출시한뒤 위협적인 행보로 시장에 진입, 기존 무선랜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무선 VoIP를 둘러싼 이슈는 비단 이같은 시장 현안만이 아니다.
현재 와이파이폰은 무선 VoIP 서비스로 기존 VoIP 규제의 연장선에 있지만 기존 유선전화는 물론이고 이동전화서비스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무문제가 뚜렷하게 교통정리돼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장 KT의 시내외 전화, 이동전화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또한 하나로텔레콤이 하반기에 가세한다면 사업자들간의 이같은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무선 VoIP가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류로 떠오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은 무선 VoIP가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그치지만, 향후 와이브로나 WCDMA/HSDPA에 접목된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와이브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KT로선 자회사인 KTF의 이동전화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급하게 와이브로에 무선 VoIP를 구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도 2세대 이동전화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담보하는 한편, WCDMA/HSDPA에서도 당분간 눈에 띄는 수익을 얻기는 힘들다는 점 때문에 섣불리 WCDMA 기반의 VoIP 서비스를 출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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