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 120개까지 감소…사법 리스크에도 쇄신 진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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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카카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카카오가 계열사 수를 120개사까지 줄였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년 6개월 만에 27개사를 계열사에서 제외하면서 그룹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사법 리스크로 인수합병(M&A)으로 혁신을 도모했던 '카카오식 성장 방식'이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4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달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20개사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지난해 5월 147개사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6개월 만에 27개사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그룹 개편 작업은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수는 정 대표 공식 취임 전인 지난 2월 137개사였지만 이후 17개사를 줄였다.

카카오는 핵심 계열사와 비핵심 계열사를 구분하고 그룹 재편 움직임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지난달 다음글로벌홀딩스를 합병했고, 카카오브레인은 디케이테크인으로 흡수됐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 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비핵심으로 정의하고 하반기 해당 사업에 대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재편은 기존 성장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카카오는 2010년 전신인 아이위랩이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인수합병(M&A)으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인수합병한 기업의 독립성을 유지해 혁신을 도모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장려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급속한 성장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문어발식 성장이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이후 핵심 계열사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는 작업을 장기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부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계열사 수를 줄이면서 경영 쇄신 작업을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우리나라 플랫폼과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M&A로 엑시트하는 새 통로가 열렸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촉진제가 됐다”면서 “(카카오의 자회사 줄이기로) 스타트업의 통로가 사라지고 카카오의 혁신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의 규제와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면사 카카오의 성장동력이 꺾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구속 수감된지 10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재판 중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 어려운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에 경쟁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사들에 콜을 차단했다는 의혹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카카오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 교수는 “법을 위반했다면 조사받고 처벌도 받아야 하지만 최근 플랫폼 회사에 책임을 너무 지나치게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면서 “유럽 같은 경우는 미국 플랫폼을 위주로 과징금을 매기고 독과점에 대한 책임을 물리는데, 우리나라도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따라가기보다 국가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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