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기술보증기금 이남형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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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참 많이 달라졌고 좋아졌습니다. 오로지 기술 그 자체만을 평가해 이를 기준으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10여년 전만해도 어디 상상이나 했습니까.”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에서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는 이남형 이사(52)와의 대화는 기술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대변화를 화두로 시작됐다.

“최근 1000억 벤처클럽이 화제가 됐죠. 이중 약 70%가 기보의 보증제를 이용했습니다. 또 현재 코스닥 상장 기업의 80% 이상이 한 차례 이상 기보의 보증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IMF 이후 국내 벤처 육성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는 기보의 남다른 역할론에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99년 기보가 출범하면서 국내 많은 기업이 혜택을 입었다. 보유 기술을 평가해 보증을 서주는 기보의 특성상 이제 막 세워진 창업 보육 단계의 기업에서 일정 정도 성장한 기업까지 기술보증의 문을 두드렸다. 기보 출범 첫 해 2만여개의 기업이 기보의 보증 아래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자금줄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6년여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해 기보는 10개 등급의 독자적 기술평가시스템을 구축해 보증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술평가 항목도 기존 15개에서 45개 항목으로 늘려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했다. 기술 평가에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은 기보에 있어 위기이자 기회의 한 해였습니다. 보증 한번 잘못 서면 망한다는 세간의 얘기처럼 객관성을 확대해 보증에 따른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 했고, 한편으론 A+ 멤버제 도입처럼 금융권의 과감한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술 평가라는 것이 100% 객관적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지만 주관을 최대한 배제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사실 국내에 기술 평가 기관은 수없이 많다. 기술거래소를 비롯해 산업기술평가원, 나아가 일반 기업컨설팅 업체도 기업을 상대로 기술을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점친다. 기보의 기술평가는 무엇이 다른가. “기술 그 자체의 평가에 그치지 않고 이를 금융과 직접 연결시켜 기업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점이죠. 이를 위해서는 순수 기술적 가치와 함께 그 기술이 지닌 비즈니스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한때는 우수한 기술 하나만 가지면 먹고 살 수 있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무려 5만여건의 특허가 잠자고 있다고 한다.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과 자금은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입니다. 이러한 기술과 금융이라는, 어찌보면 무척 이질적인 두 요소의 결합을 통해 혁신형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이 기보가 맡고 있는 남다른 역할이자 책임입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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