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수시장이 IT산업의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달초 미국의 선발 반도체 기업인 TI와 공동으로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 센터’를 개소한 이황수 소장(53·KAIST 전기전자과 교수)은 “미국의 시스코나 인텔을 포함해 이스라엘, 핀란드 기업들 대부분이 군산업과 연계해 세계적인 벤처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다”며 군수 시장에서의 민간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TI와의 프로젝트에 삼성탈레스 등 국방관련 기업들을 대거 참여시키고 KAIST와 ETRI, ADD, 육군 통신학교 등이 협조해 국방산업에 특화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힘쓸 것입니다. 국방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조만간 좋은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이 소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TI와 모바일 단말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것”이라며 “산·학·연·군이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해외 R&D센터 유치야말로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채널입니다. TI와의 20년에 걸친 인연과 정통부 지적재산권팀, KAIST 자문 변호사, TI코리아의 지원이 합쳐져 중국이나 인도로 가려던 연구센터를 국내로 끌어 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2000년까지 SK텔레콤 중앙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한 이 소장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눈을 뜬 것이 ‘상품 기획력’”이라며 “기관 경영보다는 10년이고 20년이고 R&D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깊이 있는 기술자만이 상품기획 능력이 있다”고 특유의 ‘장인정신론’을 폈다.
“처음엔 기술력이면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벤처기업들이 판로를 뚫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면서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시장 진입에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품기획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소장은 “조만간 전임 연구원 40명을 뽑는다”며 “경영보다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해온 ‘경쟁력 없는 사람’을 선발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실리콘밸리를 공략할 특공대가 필요합니다. 화학분야는 여수와 울산이 기반이고 생명과학은 오송산업단지가 집적지가 되고 있는 것 처럼 특구에 출연연이 많다고 모든 분야에 다 나서서는 안 됩니다. 경쟁력이 있는 IT와 결합한 특화된 아이템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 소장은 “자금을 공급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특구가 이 부분은 민간에 맡기고 상품기획을 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