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앞으로 4년간 지역살림을 책임질 ‘풀뿌리 일꾼’을 뽑는 날이다. 모든 유권자가 전국에 마련된 1만3106개 투표소로 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6석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230석, 광역의원 733석, 기초의원 2888석 등 무려 3867석의 주인이 정해진다. 전국 방방곡곡의 살림을 책임질 수천명의 사람을 가려내는 일인만큼 국가의 대사가 아닐 수 없다. 후보만 하더라도 1만2194명에 달해 지방선거 사상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그런데도 유권자의 관심은 너무 저조하다. 투표율이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의 48.9%보다 밑도는 40%대 초중반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투표율이 50%를 밑돌면 큰일이다. 각 정당은 연령대별 투표 성향이 달라 표의 왜곡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바로 당선자의 지역 대표성이 희석된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은 투표권 행사를 호소하고 나섰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심지어 중앙선관위가 투표 참가자에게 돈과 경품까지 내걸었겠는가.
사상 최고인 후보들의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권자의 관심이 낮은 것은 뚜렷한 대형 이슈가 없고 정당과 후보 간 비방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얼마 전 발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은 무관심한 유권자의 눈을 다시 돌려놓기는 했지만 지방선거가 중앙 정당의 대리전장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싹쓸이를 막아달라’ ‘여당의 무능을 심판하자’처럼 대선이나 총선용 구호만 요란해 씁쓸하다.
오늘로 지방 동시선거도 벌써 네 번째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도 10여년의 풍상을 겪었다. 이제 중앙 정부나 정당의 구호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 우리 고장을 위해 일할 사람을 가려내야 할 때다. 모든 지역민의 최대 관심사는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아닐 수 없다. 본지 매니페스토 기획평가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후보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육성 공약을 내놓았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각 정당의 요란한 구호 대신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았으면 한다.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얼마나 지역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지, 재원 조달은 과연 가능한지, 표에만 연연한 헛된 공약(空約)은 아닌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수십년간은 전국에 유비쿼터스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도 앞다투어 유비쿼터스 기반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줄줄이 u시티가 건설될 예정이다. u시티를 기반으로 생활 구석구석에 유비쿼터스 기술과 산업이 침투해 들어갈 것이다. 유비쿼터스는 머지않아 지역민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일자리, 나아가 지역산업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자체들이 얼마나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느냐는 유비쿼터스 기초를 얼마나 튼튼하게 잘 다지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런만큼 앞으로 4년간은 지역마다, 지방마다 유비쿼터스 기반을 제대로 건설할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결과는 정당들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바로 지역민에게 돌아온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패는 정당을 떠나 그리고 지역색을 떠나 얼마나 많은 IT 일꾼이 지역 살림을 맡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는 오늘의 투표가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에서 지역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선택임을 명심하고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아 투표장으로 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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