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게임개발 업체들이 뜻밖의 우환에 휩싸였다. 10여 업체가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와 검·경 합동으로 진행된 불법 소프트웨어(SW) 단속에 걸려 과징금을 내게 됐기 때문이다. 업체당 많게는 2억원에서부터 몇천만원까지 물어내야 할 판이다. 영세업체 처지에서는 1∼2년치 유지비용을 한번에 내야 하는 셈이어서 여간 부담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불법SW 사용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또 불법행위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끔 어느 정도 벌을 받도록 하는 것도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번 불법SW 사용과 무관한 한 업체 사장이 단속에 걸린 다른 업체 사장을 보면서 건넨 말에는 단순한 푸념 이상이 담겨 있다. 그는 “해에 따라서 단속 건수가 줄었다 늘었다 하지만,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적발 업체가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어떤 원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속에 걸린 게임 개발사들은 이렇다 할 상용화 게임이 없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개발 단계에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불법SW의 유혹은 마약처럼 끊기 힘든 일이 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3진 아웃제를 도입하자거나, 대형 개발사들의 중고 정품SW를 양도 형식으로 영세 개발사에 무상 기증하는 방법 등이다.
이번에 2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 한 업체 사장이 말이 귓전에 울린다. 그는 “사무실 보증금과 집기, 컴퓨터까지 다 팔아도 2억원을 마련하기 힘들다. 몇년 동안 대박의 꿈을 안고 개발에 몰두해왔지만 불법SW 단속 과징금 때문에 회사 문을 닫게 됐다”고 했다.
게임산업이 쑥쑥 커가고 있지만, 그만큼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잘 나가는 업체야 불법SW를 쓸 일 자체가 없을 테고 걸려봐야 과징금도 ‘콧방귀’ 감일 것이다.
그러나 영세 개발사에는 다른 이야기다. 과징금이 회사 운명을 가름하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원칙과 운영의 묘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불법SW 단속 때문에 미래의 ‘엔씨소프트’가 문을 닫는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디지털문화부·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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