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스피디한 조직, 생명력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부방테크론 신임 사령탑으로 지난달 부임한 최중재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부방테크론은 올해 창립 30주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생활가전업계 맏형이다. 하지만 국내 생활가전산업의 산증인이라는 화려함 이면에는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자율성을 생각하고 왔는데 의외였습니다. 중소기업의 생명은 ‘스피드’인데 속도를 내기에는 결재단계가 많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삼성물산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하다 처음 중소기업에 발을 내딛는 최 사장으로서는 개선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최 사장은 우선 배낭 하나를 샀다. 복장도 점퍼 차림으로 간소화했다. 천안공장과 서울사무소를 오가며 바삐 움직이기 위해 생각한 것이었다. 이후 생산직을 포함한 200명 전 직원과 일대일 면담에 들어갔다. 조직의 스피드는 대화에서 나온다는 지론에서였다. 한 달간 직원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윤곽이 잡혔음은 물론이다.
“조만간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원칙은 발탁이죠.”
최 사장은 현장 책임경영을 통해 결재단계를 최소화하고, 직속으로 혁신팀을 둬 지속적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상품기획팀도 보강해 디자인과 마케팅, 상품기획 간에 시너지효과도 높일 예정이다. 10m 거리에서 보더라도 부방 제품임을 알 수 있도록 ‘튀는’ 디자인을 만들겠다고 귀띔했다.
“생활가전시장은 계속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 가정이 늘고, 소득수준도 올라가면서 소비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부방테크론에는 기회가 아닐까요.”
지금은 밥솥에 승부를 걸고 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최 사장에 따르면 디자인·아웃소싱·품질관리력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비결이다. 밥솥은 부방테크론이 그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반이자 향후 명품 소형가전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받침이라는 얘기다.
“지난 1월 새롭게 론칭한 ‘리홈’ 브랜드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비보조 인지도가 31%로 나왔는데,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자부합니다.”
최 사장이 제조는 물론이고 가전, 소비재 사업에 발을 들여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찌 보면 이방인인 셈이다. 때문에 주위의 우려도 많았다. 이에 대한 최 사장의 답변은 통쾌하다. 오히려 초보자이기 때문에 참신하게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상사맨’의 실력과 특유의 저돌적인 기질, 자신감이 한데 어우러진 말투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