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업계 휴대폰 공동생산 환영한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온 공동생산에 나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중소 휴대폰 업체인 벨웨이브·스카이스프링앤비텔컴·뉴젠텔레콤 3사가 단말기 공동생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들 3사는 범용 부품의 공동구매와 공동생산을 시작으로 협력 분야를 점차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정보교환은 물론이고 특허공세 대응에도 머리를 함께 맞댈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모듈화 기술을 활용해 연구개발에도 상당부분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중소기업들 간 공동생산 협력모델이 만들어지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 MP3업계 등에서 부품 공동구매에 나선 적은 있지만 공동생산으로까지 진전된 적은 없었다.

 중소기업들 간 공동생산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업계 내의 고질적인 병폐와 이를 조장하는 대기업들의 전략이 큰 원인이었다. 과거 비공개 기업이 대부분이던 시절, 많은 중소기업가는 기업의 가치보다는 자신이 주인이라는 제왕주의적 경영철학에 집착했다.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경영하겠다는 자세는 내부 인재를 떠나게 만들었고 이는 곧 제2, 제3의 새로운 제왕적 기업가를 양산해냈다. 끊임없는 가지치기와 복제로 수많은 경쟁기업이 재생산됐으며 기업 내에 기술과 인재가 축적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여기에는 새로운 경쟁사로 거래처를 바꾸면서 특정업체의 성장을 견제하는 대기업들의 분할통치술도 한몫 했다. 공개 시장이 활성화된 지금도 이 같은 악습은 상당부분 남아 있다. 물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아 지배구조가 탄탄하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풍토에서 경쟁사들 간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들은 투자비를 줄이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공동생산에 매우 적극적이다.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대기업들은 시장과 주주로부터 기업가치로 경영 성과를 냉정히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소니와 함께 SLCD를 설립, 액정패널을 공동생산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도시바·마쓰시타전기·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반도체업체 5개사가 65나노급 차세대 반도체공장을 공동 설립한다고 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에는 TCL·황웨이·캉자·창홍 등 중국 가전업체들이 LCD를 공동 생산키로 합의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배경으로 표면적인 구조적 문제 외에 기업가들의 이 같은 인식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소 휴대폰 3사의 공동생산 협력은 그래서 더욱 의미있다. 갈수록 글로벌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중소기업인들도 하루빨리 기업이 자기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가치 제고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경영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번에 공동생산에 참여한 업체와 사람들의 면면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이들은 모두 동종 업체 간 지나친 반목과 경쟁이 어떤 결과를 자초하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경영자다. 벨웨이브는 과거 동종업체들 간의 경쟁과 반목으로 쓰라린 아픔을 겪은 업체다. 스카이스프링앤비텔컴의 CEO는 당시 경쟁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때 국내 휴대폰 중소업체들은 중국시장을 놓고 서로 반목하면서 경쟁적으로 중국업체들과 제휴하는 바람에 끝내 공동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거의 아픔을 거울삼아 어렵사리 뜻을 모은 중소기업 간 공동생산 협력모델이 반드시 성공하길 기대한다. 첫 사례의 성공여부가 전체 업계의 반응과 행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3사 CEO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수많은 중소업체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협력모델의 전형을 만들어 내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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