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끝나지 않은 공방

문보경

 지문이나 홍채 등 개인의 생체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른바 생체인식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약을 했다. ‘생체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이다. 생체정보를 취급할 때는 반드시 제공자의 동의를 구하고 내용을 명확히 공개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업체 대표들은 자필 서약을 하고 선서도 했다.

 그러나 ‘인권침해인지, 암호화된 비밀번호일 뿐인지’를 두고 인권단체와 산업계 간 이어졌던 공방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가 이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인권단체와 산업계의 논리는 출발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생체 인식솔루션이 고유 영상을 비밀번호로 만드는 알고리듬일 뿐이며, 다시 고유영상으로 복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권단체에서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강력한 통제체제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생체 인식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업계는 개인의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다면서 제품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인권단체에서는 국가나 통제기관에서 이 제품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출발이 다른 논란이 합의점을 찾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부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서도 인권침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논쟁을 일단락하고자 했다. 이것이 ‘생체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이다. 법적인 제재조치보다 ‘제공자의 동의’라는 강력한 인권보호 조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인권침해 논란을 어느 정도는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산업계와 인권단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어도 공격의 실마리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어차피 끝나지 않을 논쟁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공방을 해야 할 것이다.

 2000년 초에 시작된 인권침해 논란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앵무새처럼 서로 같은 논리를 되풀이 하는 것보다 업체들이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잘 준수하는지, 어떤 인권침해가 일어났는지를 감시하고 이것을 근거로 토론을 벌여보자.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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