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의 간판 가전업체인 소니와 하이얼의 공략이 심상치 않다. 소니는 북미시장에서 인기를 끈 프리미엄 LCD TV를 비롯해 고선명(HD) 영상 제품 위주로 우리나라에 대한 공세에 나선다고 한다. 하이얼도 LCD TV에 이어 중저가 노트북PC를 곧 발표하고 백색가전 라인업도 강화해 마케팅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고급제품과 중국 저가 브랜드의 시장 확대를 두려워하고 있던 국내 업계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걱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사실 LCD TV는 우리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간판 가전업체가, 그것도 중저가 시장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낸 것은 가격 경쟁력 못지않게 품질에도 자신이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다른 생활가전 제품과 달리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까지 가세해 국내 기업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LCD TV시장에 이처럼 하이얼에 이어 소니까지 진출하면 그야말로 한·중·일 대표기업 간 자존심을 건 한판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하이얼의 공세다. 초기 소형냉장고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한 틈새제품을 중심으로 공략하던 하이얼이 백색가전·영상제품에 이어 이제는 정보기기로까지 공략품목을 늘리고 있다. 국내 업체가 손을 떼기 시작한, 이른바 틈새시장에 외국상품이 들어오는 것은 소비자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하이얼의 국내 시장 공략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서울 정도다. 초기 소형냉장고를 중심으로 한 틈새제품 공략은 안목이 높고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다가서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하자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등에 없고 범용제품으로 그리고 영상가전제품으로, 이제는 정보기기로 품목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어려운 곳을 먼저 공략한 다음 쉬운 곳으로 진출한다’는, 이른바 셴난허우이(先難後易)라는 독특한 전략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성공한 점을 감안하면 하이얼이 머지않아 휴대폰까지 선보일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산업 각 분야에 걸쳐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봤을 때 더는 저가 전자제품이라고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소형가전 중심으로 시장을 테스트한 하이얼이 내년에는 저가품뿐만 아니라 고급 프리미엄 제품까지 내놓고 ‘차이나 디스카운트’ 이미지를 벗기 위한 미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하이얼의 공략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표적인 부메랑임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소니의 프리미엄 LCD TV나 하이얼의 노트북PC가 국내 시장에서 어떤 수준으로 인식되고 얼마나 잠식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의 예측처럼 소수 충성도 높은 고객만 움직이는 틈새시장 공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소니가 한때 세계 가전시장의 제왕이었을 정도로 명성이 있고, 하이얼이 북미 및 유럽시장에서 상당한 기반을 굳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소니와 하이얼의 공략에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안방시장을 대부분 그들에게 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벅찬 상대가 될 수 있다. 국내 업계가 좀 더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갖고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소니와 하이얼의 공략을 일본보다 기술과 품질에서 뒤처지고 중국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넛크래커’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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