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협력과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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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티션(copetition)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지난 1996년 알배리 J 네일버프 등이 저술해 발간된 책을 통해 처음 시장에 알려지게 됐다. 지금도 언론 지면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영전략 용어로서 주요 기업의 전략 수립시 반드시 고려하고 있는 개념 중 하나다. 물론 최근 블루오션 개념이 경영전략에 또 하나의 통찰력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경영전략이라는 것은 특정 개념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코피티션의 핵심 개념은 제로섬(zero-sum) 게임처럼 윈로스(win-lose) 경쟁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조화시킴으로써 윈윈(win-win)의 전략을 추구한다. 즉, 협력과 경쟁의 매트릭스를 통해 시장을 함께 키워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더 큰 결실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경협을 살펴보자. 사실 지금까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협력이나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이는 협력을 통해 시장을 키울 만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따라서 시장 참여자가 많지 않아 경쟁 개념이 취약한 탓이다.

 일례로 개성공단 유치업종을 살펴봐도 노동집약적 업종·일반경공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원가절감이라는 인센티브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간 북한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수나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물론,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 유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판단된다.

 반면 IT분야는 북한의 기술력,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저임금을 활용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산업으로 평가돼 왔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설비투자·물류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고 투자 리스크 역시 타 업종에 비해 낮으며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가 존재해 남북경협에는 가장 안성맞춤인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제에 남북경협의 주제를 이러한 인센티브가 강한 분야로 집중 추진할 것을 제언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와 개별 기업 간 협력을 통해 남북 IT협력이라는 시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남북 IT협력 분야에 몇 가지 인센티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IT협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원인을 규명해 보고, 협력 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남북 IT협력을 통해 저임금의 고급 IT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인센티브를 기업들에 홍보해 개별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성공사례를 발굴해 소개한다면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눈여겨볼 것이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개별 기업들이 움직이고 시장에 참여할 것이며 이를 통해 남북 IT협력이라는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생기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협력만을 외쳤지,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한 개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데는 미약했던 것 같다.

 아무튼 정부에서는 남북 IT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 특히 북한 IT 고급인력을 국내 IT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보고, 큰 틀에서 더욱 적극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최근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이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시장 확대로 연결되면서 많은 국산 IT업체가 리눅스 시장에서 매출 및 수익 증대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있다. 남북 IT협력도 협력과 경쟁 그리고 인센티브를 통해 활성화됐으면 한다.

◆강태헌 케이컴스 대표이사 thkang@unisq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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