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그룹이 내년 경영환경도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 아래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모로 주목된다. 이들 그룹은 최근 계열사에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기초자료로 내년 원달러 환율을 900∼950원, 유가를 배럴당 65∼67달러 선으로 제시하고 최악의 경영상황을 가정해 내핍 경영계획을 짜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내 실물경제를 대표하고 있는 두 그룹이 이런 경영지침을 마련할 정도니 내년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으론 이런 예상이 현실화돼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된다.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은 매우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며,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환율·유가·금리 등의 변수가 국내기업들에 불리하게 움직일 수 있음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라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허리케인 등의 피해 복구가 이루어져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서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60달러대를 넘나드는 유가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고유가 추세가 계속되면 각종 원자재 값도 들썩이게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환율 절상 압력도 만만하지 않다. 환율 강세가 올해보다는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변수는 많다. 우리 주요 교역국인 미국·일본·중국 등에서 하나같이 통화가치 하락 요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 경기가 살아날수록 환율 절상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 기업의 부상에 따른 저가 공세로 인해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정보가전과 정보통신 제품의 수출 단가 하락도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투자가 저조해지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될 게 뻔하다.
물론 내년에 월드컵 특수와 세계 IT경기 회복 추세에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부문의 안정적 성장세 등 긍정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악재를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니 대기업들이 경영환경을 최악으로 보고 내년도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짜는 것도 당연하다.
더구나 구조적으로 볼 때 디지털시대에는 변화가 불연속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도 어렵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때리기’나 반기업 정서도 기업경영을 짓누르고 있는 요인 중 하나일 정도로 경영환경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후 엄청난 경영난에 시달려온 국내 기업으로서는 가능한 한 최악의 상황을 설정해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핵심 주체인 이들 대기업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경영을 할 경우 그 여파는 경제 전반에 미치며, 이는 결국 다시 기업들에 돌아온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대기업의 경영계획 수립 향방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나친 보수적 경영은 국가 경제의 안정성조차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이 축소균형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과 불경기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성장잠재력의 확충이다. 지금 당장 기업들이 투자를 게을리하면 앞으로 5년, 10년 후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의 보수적인 경영계획이 우려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예측한 것처럼 내년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보다 2.5%포인트 높은 5.8%에 달하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기업에 대해 무작정 투자를 기대할 일만은 아니어서 이는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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