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기 중심사회 구축` 청사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어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14개의 주요 과기정책 과제를 확정했다. 우수 이공계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과 국가 원천기술력 강화를 골자로 한 이번 과제 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내년도 국가 R&D예산을 올해보다 9% 증가한 7조6032억원으로 늘리도록 한 점이다. 이는 당초 계획한 R&D증액률 7.3%보다 1.7%포인트나 더 높인 것이다. 그만큼 과학기술로 국가 경제발전의 기틀을 튼튼히 다져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 발전 촉진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국과위는 또 여성 과학기술인력 채용 목표제를 확대 실시하기 위한 마스터플랜과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으로 고입·대입 제도의 개선 방안까지 내놓았다. 정부가 과기 활성화를 위해 ‘풀뿌리’부터 튼튼히 해야겠다는 근본적인 처방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사회 전반의 성 차별적 분위기로 우수한 여성 인력을 사장시키는 안타까운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보화시대는 국가 경쟁력이 여성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라고 한다. 이번 여성 과기 인력 채용 목표제 확대 방안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취업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의도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이공계 살리기를 위한 고입·대입 제도 개선도 계획 의도는 좋지만 벌써부터 대학 본고사 제도를 부활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여론이 있는 점을 볼 때 이런 우려를 불식할 다각적인 보완대책도 사전에 필요하다고 본다.

 또 내년 R&D 증액 예산안은 국가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부처별 지출한도를 최대한 억제하고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성장동력·지역혁신 R&D사업과 같은 국정과제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분배하고, 중복·연계되는 22건 52개 사업을 심층적으로 검토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1세기 과학입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국가 R&D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과 과학기술 정보포털인 ‘e사이언스’를 하나로 묶는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방향을 잡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연구인력·장비·과제·정보기술 등을 원 스톱 서비스함으로써 관련정보의 유기적인 통합으로 종래 단순 지식검색에 그쳤던 과기 데이터베이스의 기능을 산업지향적인 차원까지 높이는 등 정보 유통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부가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 등을 골자로 한 ‘국가혁신체계 정립을 위한 과기부 개편방안’도 확정되었다. 임시국회의 인준 절차를 남겨 놓고 있지만 과기부 장관의 범국가 R&D정책 총괄기획·조정·평가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국과위의 야심 찬 청사진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된다. 그동안 정치 논리에 휘말려 중요한 과기 현안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여는 일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차세대 먹거리 산업 추진에 정치권이나 이익집단의 논리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과위가 마련한 과기 발전 중장기 레이스의 신호탄이 불발탄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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