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신성장동력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처럼 일본도 자국 미래 경제를 견인할 신산업을 정한 모양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신산업창조전략’이란 명칭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 정부내 자문기구인 산업구조심의회에 정식 보고했다는 소식이다. 그만큼 이 전략이 앞으로 일본의 신산업정책 방향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전략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미래 일본 경제를 이끌 핵심전략 산업으로 디지털가전·연료전지·로봇·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콘텐츠 등 7개 분야를 선정한 점이다. 특히 최우선 육성산업으로 지목한 분야가 디지털가전을 비롯한 IT관련 산업이다. 우리가 작년에 선정한 10대 성장동력과 거의 중복된다는 점에서 어느 나라든 미래 먹거리로는 IT분야밖에 없다는 점을 느낄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이들 전략산업 분야는 사실상 일본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일부분 앞서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핵심기술 개발 수준이나 관련 특허 보유면에서 우리가 뒤떨어져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일본은 이번 신산업창조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까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겠다는 방침이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마디로 품목은 물론 생산업체까지 모두 특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샤프=LCD TV’ 등식이 성립되는 구조를 마련하고 이와 관련된 재료·부품에서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산·학·관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간 합병이나 통합도 이끌어 내는 산업구조조정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지배할 이들 신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게 속뜻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번 일본의 신산업창조전략을 보면서 우리나라 신성장동력 계획 추진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판단이다. 우선 뜬구름 잡기식 전시행정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든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 거창한 장밋빛 정책을 내놓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 혼선은 물론 신뢰감에 흠집만 냈던 점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TV 방송은 물론 위성 DMB 등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발 앞서 있는 분야에서도 제도의 미비와 얽힌 이해관계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은 철저한 계획과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추진력으로 우리를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무지갯빛 정책 청사진을 아무리 많이 내놓아도, 구심점을 가지고 그것을 강도 높게 효율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입안된 정부 정책마저 집단 논리에 휘둘리고, 지나친 규제 잣대 때문에 제대로 시행이 안 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경쟁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미래산업 육성에 전력투구하는 마당에 우리는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이 엊그제 처음으로 경제장관회를 주재했다.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 최적의 기업 활동 여건을 조성하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제거하는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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