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법 통과`그 이후가 문제다

 정치권의 정쟁에 휘말려 법안폐기의 위기에 몰렸던 방송법 개정안이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엊그제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거 위성방송 도입 시 무궁화 위성을 발사하고도 정치권과 소관 부처간 힘겨루기로 인해 통합방송법 개정이 늦어져 7년 동안 위성이 헛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오는 12일 관련 위성의 발사까지 계획하고 있던 것을 고려할 때 개정 방송법이 경과기간 없이 관보게재와 함께 곧바로 공포·시행되도록 한 것은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잘한 일이다.

 우리는 개정 방송법이 DMB 사업의 법률적 근거와 대상 등을 명시하는 등 신규 방송서비스 상용화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DMB가 차량용 등 이동 단말기를 통한 TV라디오 방송서비스 형식을 띠지만 결국 가정에도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방송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개정 방송법에는 국산 애니메이션 신규 제작 활성화를 위한 지상파 방송의 편성 의무와 케이블TV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 및 외국자본의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어 올해부터 방송계가 뉴미디어 도입과 디지털 케이블TV 시행 등 디지털방송을 화두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번 방송법 통과로 위성DMB가 당초 일정대로 차근차근 시작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DMB 서비스를 실시하여 방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관련 방송 기술 개발이나 단말기 제조 분야에서도 개척자적 위치에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선점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위성DMB 도입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산유발 약 9조원, 부가가치 유발 약 6조3천억원, 신규 고용창출 연인원 18만4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은 고용없는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면 더욱 각별하기만 하다.

 이제 남은 것은 경쟁력 있는 방송서비스를 위한 사업자들의 철저한 준비와 후속작업이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방송위와 정통부는 올해 하반기중 상용서비스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 난관이 많다. 우선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서비스에 따른 이해관계를 고려한 위성 DMB사업자와 지상파 DMB사업자간 견제나 휴대폰 서비스 사업자간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개정 방송법이 사업자 컨소시엄 구성보다 뒤늦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혜시비가 일 수 있다. 정부의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미디어가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합리적인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정부 규제가 더이상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신규 방송서비스 사업자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 뉴미디어를 도입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관련 법제의 지체현상’이 이젠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이와함께 참여정부의 정책 공약사항인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관해 이제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방송법 개정을 놓고 각 부처간 첨예한 이해대립을 보였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 현상이 예상보다도 빠르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각각의 정책추진 구조로는 추세에 대응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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