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에칭박 전문업체 알루코(http://www.aluko.co.kr) 김연수 사장(64)은 뛰어넘기 힘든 일본의 기술 장벽을 극복하고 알루미늄에칭박 기술을 국내에 확고히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선진 기술과 어깨를 겨눌 정도의 위치에 올린 정통 엔지니어로 평가받고 있다. 알루미늄에칭박은 저항·인덕터 등과 함께 3대 기초 전자부품으로 분류되는 알루미늄전해콘덴서의 핵심 전극 소재다. 전류를 저장·방류하는 알루미늄전해콘덴서는 전자 제품에 적게는 몇 개에서 많게는 수백개까지 필요한데 전기를 많이 저장하려면 높은 정전 용량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전극의 표면적을 넓혀야 한다. 이때 필요한 핵심기술이 바로 알루미늄에칭박 표면적을 넓히는 ‘에칭(etching)기술’이다. 이 에칭기술은 KDK·마쓰시타·JCC 등 유수한 일본 업체들조차 기술 유출을 꺼리는 탓에 아시아 등 해외에 알루미늄에칭박 생산기지를 두는 것을 기피, 후발업체 처지에선 시장진입 장벽이 매우 두터운 전자소재 산업의 기반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 알루코는 M사 등 일본 경쟁 업체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러브콜을 받는 세계적 업체로 발돋음했다. 저등가직렬저항(ESR) 특성의 알루미늄전해콘덴서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음극합금박을 경쟁업체인 M사에 올들어 공급, 에칭기술 원조국인 일본 본토를 직접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사장은 “알루미늄에칭박 세계 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을 뒤좇기만 하던 알루코가 알루미늄에칭박 사업을 벌이고 있는 M사와 제품공급 계약을 체결, 자사 제품으로 전자소재를 대체하기로 한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엔 일본 업체들이 에칭 기술을 외국에 이전하지도 않을 뿐더러 해외에 현지기지를 설립하지 않다보니 기술 습득에 애로가 많았습니다. 에칭 기술은 화학·전기·재료 공학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되고 생산·기술 개발 과정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개발기술과 공정기술을 가진 선발 업체가 시장에서 절대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그랬다. 국내를 비롯 세계 시장에서 고객들은 후발인 국내 업체보다 품질이 검증된 일본 업체와 지속적으로 거래, 후발주자인 국내 알루미늄에칭박 업체들은 시장 진입에 힘겨워했고 이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기술개발 여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에칭박 시장에서 일부 업체는 선진국의 두터운 기술 장벽을 느끼고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알루코가 우리나라 대표 토종기업으로 자리매김할수 있었던 데는 알루미늄전해콘덴 및 에칭박에 대한 김 사장만의 남다른 연구개발 열정과 한 분야에서만 30년간 외골수로 생산현장을 지켜온 ‘공정 노하우 덕분’이라고 할수 있다.
“에칭박 표면에는 콘덴서의 기능에 방해되는 불순한 동성분이 잔존하고 있는 데 동 성분을 제거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탈동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동함량을 2㎎에 불과할 정도로 알루미늄 순도가 높은 첨단 음극에칭박을 제조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 생산 설비를 뜯고 다시 조립하는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쳤습니다.”
그는 또 “일본 업체가 에칭 기술 유출을 기피한 탓에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기술 습득 과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콘덴서 업체인 삼영전자에서 김 사장이 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사장은 알루미늄전해콘덴서기술과 관련해 일본 연수 과정을 밟으면 일본 기술과 시장 동향을 파악하느라 밤을 거의 하얗게 새웠다고 한다. 특히 일본 연수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에칭화성기술 등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몰래 베끼기도 했으며 그마저 시간이 없으면 주요 페이지를 눈 질끈 감고 찢어 연구자료로 활용, 선진기술을 축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업체들이 우리나라의 알루미늄에칭박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배경에는 품질이 동등한 것은 물론 원가경쟁력등 부문에서도 앞서나가고 있어서다. 그는 “이상적인 알루미늄에칭박은 얇으면서 공정 과정을 견딜 수 있는 기계적 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기계적 강도가 우수한 특수 합금 원박.을 국산화하고 양극박 생산에 쓰이는 화학물을 양극박과 음극박 공정에 재사용, 원가를 대폭 절감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 일본 업체보다 약 2배 빠른 생산 속도를 내는 새로운 형태의 제조 설비를 자체 제작,사용하고 있는 것도 원가경쟁력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제품을 개발한 후 생산라인에서 문제점이 발생되면 이를 개선하고 또 다시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수많은 공정 개선 작업을 축적한 끝에 독자적인 설비 개발 능력을 갖췄고 이것이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알루코의 제품은 일본보다 30% 가량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은 대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은 “알루미늄음극박 시장에서 선두그룹에 속하고 있어 국내 대다수 중소업체들이 경계의 대상 1호로 손꼽고 있는 중국 업체의 추격을 결코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사장의 노력 덕분에 국내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업계들도 국산 전자소재를 사용, 원가경쟁력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고부가제품인 대용량의 제품을 생산할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연수 사장은 앞으로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크기를 줄이면서 정전 용량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쪽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폐수 처리 비용의 절감 및 환경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대체화학 약품도 개발중에 있다.
김 사장은 “에칭기술에 필요한 중성 계통의 친환경적인 핵심 첨가 약품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조만간 해외 알루미늄에칭박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첨가 약품 역시 일본 업체들이 기술 유출을 꺼리는 핵심 기술.
김 사장은 영원한 부품·소재 엔지니어로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70년대 정부가 전자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설 때 전자제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부품소재 국산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을 간파한 김 사장은 74년 부품소재 산업에 뛰어들어 이젠 정년을 앞두고 있다.
“올해 제 나이 벌써 64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나이의 엔지니어라면 현직에서 물러날 때죠.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우리나라 부품소재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그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것이라고 전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 내가 본 김연수 사장 - 파츠닉 장태엽 이사
김연수 사장은 알루코가 20여 년 전 한국 최초로 알루미늄 에칭박 기술을 정착시켜 오늘날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이르게 하는 데 시작부터 지금까지 기술자로서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내 한 우물파기의 장인정신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콘덴서등 부품업체인 파츠닉이 알루코와 동반자관계를 맺어 각별한 사이가 되, 이후 김연수 사장과 업무적으로 더욱 가까이하면서 김 사장의 훌륭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알루코에 대한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알루미늄 에칭박 기술의 볼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의지와 도전 정신만으로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한 알루코 박주영 회장과 함께 김연수 사장의 일편단심 에칭박 기술에 대한 열정은 지금까지 절대로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사장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실험·설계·제조 등 무슨 일이든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또 어떠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항상 수십 번 수정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고쳐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김 사장의 성격은 알루코뿐 아니라 파츠닉에서도 소문이 자자합니다.
파츠닉 전신인 대우전자부품에 근무한 경험이 있던 김연수 사장에게는 파츠닉에도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많은 후배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김 사장은 솔선 수범의 선봉장으로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든든한 선배로서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김 사장은 ‘후배들에게 회사는 물려줄 수 있어도 직접 경험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커리어(career)만큼은 물려 줄 수 없다‘며 항상 현장에서 직접 뛰는 장인정신의 열정을 가르쳤습니다.
특히 김연수 사장이 구 대우전자부품에 근무했던 시절 손수 일궈놓았던 파츠닉 베트남 법인의 전해콘덴서 라인이 여전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김연수 사장의 철두철미한 열정과 장인정신의 생생한 결과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가운데 회사가 큰 바다를 항해해 나아갈 때는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믿음이 가는 파트너가 가장 절실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파츠닉이 김연수 사장과 같은 믿음직한 장인이 이끄는 알루코와 뜻을 같이 하는 평생 파트너가 된 것을 개인적으로 가장 든든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파츠닉과 알루코가 더욱 돈독한 관계가 돼 두 회사가 진정한 장인들이 자신들의 소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훌륭한 터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 김연수 사장 약력
△1940년 경기 성남 출생, 현재 알루코 사장
△학력:인하공대 전기공학과 졸업(1966년)
△경력: 삼영전자공업(1974∼1978년)·대우전자부품 콘덴서 총괄사업부장(78년∼96년)·알루코 사장(1996년∼현재)
△수상: 알루미늄에칭박(양극)신기술인증획득(1996년)·신기술개발벤처기업인증획득(2000년)·ISO14001인증획득(2003년)
많이 본 뉴스
-
1
LG전자, 세계 첫 무선·투명 OLED TV 글로벌 출시
-
2
테슬라, 3만 달러 저가형 전기차 첫 출시
-
3
기아, '시로스' 공개…내년 인도 판매
-
4
美 보조금 받는 삼성, 2나노 파운드리 투자 '승부수'
-
5
애플, 인니 아이폰16 공급 눈앞…스마트폰 점유율 1위 변동 '촉각'
-
6
美 중국특위 “삼성 특허 침해 BOE 수입 금지해야”
-
7
“HBM 주도권 이어간다” SK하이닉스 HBM3E 16단 양산 준비 착수
-
8
LG전자 '올 뉴 스타일러' 日 주름잡는다
-
9
'양자컴 막는 방패'...이통사, 양자암호통신 상용화 속도
-
10
[사설] HBM에 가려진 韓 메모리 위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