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번호이동성 시차제도입을 앞두고 이동전화업계가 가입자 유치·유지전을 벌이는 가운데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후발경쟁사들의 집중포화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통부가 경쟁환경 조성에 뒷짐진 채 후발주자들의 처지를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불거져 점입가경이다.
후발 사업자들은 SK텔레콤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광고전과 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불사하고 자사 가입자이탈을 원천봉쇄함으로써, 번호이동성제도 시행취지인 시장유효경쟁 환경마저 앞장서 훼손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후발사업자들은 이와 관련 25일 통신위에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SK텔레콤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는 것은 시장점유율 확대의 마지막 기회로 여겼던 최근 번호이동성 사전마케팅에서 SK텔레콤의 역공세에 오히려 역전당한다는 위기감때문이다.
얼마전 LG텔레콤의 번호이동성 관련 신문광고가 실린 직후 SK텔레콤이 배 이상의 광고비를 쏟아부어 소비자들의 시선을 번호이동성이 아닌 ‘010’ 번호통합으로 돌린 게 대표적인 사례. 여기다 KTF·LG텔레콤이 010 상표권악용을 주장하며 기존 011식별번호에 대해서도 등록상표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싸움에 기름을 붓자, 공정위·통신위 등에 서로 제소와 맞제소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이 번호이동성에 집중됐던 세간의 관심을 오히려 번호통합이나 단말기보조금 위반사례 등으로 돌리면서 시장혼탁 양상의 물타기를 시도한다는 게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결국 SK텔레콤이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힘없는 후발사업자들까지 모두 동일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면서 “정통부가 3사의 상호비방이나 위법사례를 중재나 조사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만 서로 하나씩 양보하라는 식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번호이동성시행을 앞두고 KTF·LG텔레콤의 위법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무작정 후발사업자에게 가입자를 빼앗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SK텔레콤에 대한 후발사업자들의 공격은 점차 정통부를 향하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불과 1년여 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난 LG텔레콤의 약정할인제를 최근 통신위가 SK텔레콤의 제소때문에 다시 조사하자 “정통부가 과연 중립을 지키고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번호이동성자체가 이동전화시장의 유효경쟁 환경조성을 위한 극약 처방이나 다름없다”면서 “도대체 후발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강도높은 비대칭규제가 더이상 어떤게 나올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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