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이달 하순 열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오는 2005년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정부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한·일간 FTA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대로 연내 협상이 시작될 경우 지난 1998년 11월 양국이 FTA 기본 연구에 합의한 이후, 공식 협상을 결정하기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는 한·일간 FTA 체결에 관해 양국 정부 차원의 공식 협상을 연내 개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한·일간에 관세 철폐를 비롯한 비관세조치, 투자서비스, 경제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가 체결되면 두 나라 경제의 공동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FTA를 체결한 뒤 1∼2년 정도는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60억9000만달러 늘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부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등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돼 전체 무역수지가 연간 30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FTA가 체결 당사국간의 경제협력과 교역증대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FTA체결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칠레와의 FTA가 가체결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국회비준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칠레간 FTA가 성사될 경우 피해를 보게 될 농민들의 반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피해를 보는 부문 때문에 FTA를 미룰 때가 아니라고 본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 추세에 대비하고 우리의 국가비전인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EU·남미 등 다양한 국가들과도 FTA 협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싱가포르와의 FTA체결 추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 10대 무역대국인 우리나라가 갈 길은 FTA 체결 국가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의 제3위 수출시장이자 제1위의 수입선이다. 그만큼 FTA 체결이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전자산업의 경우 한국의 대일 관세율이 8.0%, 일본의 대한 관세율이 0.8%인 점을 감안할 때 FTA 체결시 일본 쪽이 유리하다. 통신기기는 규격 차이 및 기술장벽 등으로 대일 수출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은 메모리, 일본은 비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재료의 특화구조 고착으로 관세철폐가 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기계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중소기업들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일간 FTA는 국가 전체로는 이익이지만 국내산업 분야별로는 이익을 보는 산업과 피해 보는 산업이 병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만큼 FTA 체결에 따라 경쟁력이 약해 일시적으로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해 국가가 보전해주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번 한·일정상회담부터 한·일간 FTA에 대해 정부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양국간 경제의 공동발전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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