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를 인터넷 소비대국에서 생산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IPv6) 보급을 촉진하기로 한 것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IPv6 기술 수준이 전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인프라 구축 초기부터 국산화를 염두에 두고 보급할 경우 국산장비 생산 경쟁력 확보를 통한 인터넷산업 육성은 물론 명실상부한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IPv4 체제에서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 인구가 3000만명에 육박하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가구가 1100만을 넘어설 정도로 인터넷 강국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장비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대부분 외산으로 구축돼 부끄러운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IPv6 보급 계획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IPv6 장비 개발 및 보급 전략이다. ISP 사업자용 가입자망 라우터, 홈 라우터 등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IPv6용 장비를 산학협동으로 이른 시일내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광대역통합망(BCN)·휴대인터넷·디지털홈 구축 사업 등 신규 추진 사업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IPv4 체계에서 5%에도 못미치는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율을 IPv6 체계로 바뀌는 오는 2007년께에는 40%로 높이고 해외시장도 5%이상 점유하겠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IPv6는 IPv4 체제에서 주소 고갈 문제와 보안성·이동성 등 현재 인터넷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IPv6 도입은 우선 인간친화적 인터넷 환경으로 여겨지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조기 구축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IPv6 도입은 기존 IPv4 체계와 달라 기본 인프라를 전면 새로 교체해야한다. 그만큼 차세대 인터넷 기반의 정보통신 인프라 장비 산업이 활성화 될 뿐만 아니라 IPv6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창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ISP, 통신 사업자, 무선 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IT업체들도 관련 칩부터 장비에 이르기까지 핵심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산화를 염두에 둔 보급 정책은 우리나라가 선진국들보다 앞서 IPv6 관련 핵심 원천기술을 우선 개발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도 생산강국으로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IPv6 관련 시장 확대에 따라서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도 가능해 기대를 갖게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 IT기업들도 IPv6관련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단순히 미래 대비차원이지 적극적으로 상용화에 나서는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 IPv6의 도래는 분명한 것 같은데 내가 앞서 나가다가 정작 매출에 연결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가 문제인 듯 하다. 이런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IPv6 시험 서비스 일정에 맞춰 개발된 결과물이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전문가 그룹인 IPv6 포럼의 지적처럼 보급확산차원에서 원가상승 문제로 꺼리고 있는 각종 단말·중계기에 IPv6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되 당분간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야만 정부가 의도하는 산업육성도 가능하고 기업들도 투자에 나선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서비스 기반인 초고속인프라가 있고 한국에서의 성공이 곧 세계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5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기고]딥테크 기업의 규제 돌파구, 연구개발특구 규제샌드박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