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통신서비스정책](중)지속적인 개입이냐…사후 관리냐

 통신서비스 정책은 기본적으로 규제다. 한정된 주파수자원, 쏠림현상 심화 등 통신시장의 특성상 규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의 행위에 대한 정부 개입이 다른 산업에 비해 깊숙한 편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심지어 마케팅에 대해서도 규제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입이 자칫 시장의 왜곡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은 시장경쟁에 몰두하기보다는 얼마다 경쟁사에 비해 정부규제를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냐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대제 장관은 한 달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웬만한 것은 시장에 맡기고 ‘유효경쟁체제 형성과 유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발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감시하는 데 집중하고 사업자들은 그 틀에서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철저한 시장원리주의자인 진대제 장관이 입각한 이후 통신서비스정책의 기조는 시장자율이었다. 웬만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게 철칙처럼 여겨졌다. 후발사업자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에도 정통부는 침묵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흐름에 얼마간 변화가 생겼다.

 지난 16일 정통부는 진대제 장관이 전날 LG 정홍식 통신총괄 사장, 강유식 부회장과 면담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비공식적인 만남을 자료로 만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진 장관의 발언내용은 업계에 하나로통신 처리와 관련해 LG에 강하게 압박한 것, SK텔레콤 등 견제세력에 대한 보호막을 쳐준 것 등 다양하면서도 상충되는 해석을 나았다.

 이러한 해석과는 별개로 업계는 정통부의 달라진 태도에 주목했다.

 정통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정통부가 통신시장에 다시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나았다.

 정통부의 통신서비스정책은 그간 지배적사업자나 후발사업자에 모두 불만을 야기해왔다.

 유효경쟁체제 정착을 위한 비대칭규제정책이 그랬다. 당연히 후발사업자로서는 유리한 정책인데 정작 후발사업자들은 혜택본 게 없다고 불만이다.

 비대칭규제정책의 정책목표가 달랐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통부는 비대칭규제정책을 KT와 SK텔레콤 등 지배적사업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곧잘 사용했다.

 특히 KT가 민영화한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IT투자를 통한 경기 진작’ ‘벤처기업 육성’ 등 통신 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배적사업자에 던지는 ‘채찍’으로 비대칭규제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지배적사업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또는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해 정부 요구를 수용하면 비대칭규제정책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중인 유효경쟁정책들이 그다지 새로울 것 같지는 않다”면서 “어떤 정책을 펴느냐보다 정책을 얼마다 객관적으로 일관성있게 집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예측가능한’ 정책을 만들고 이를 객관적으로 규제한다면 정부가 시장에 일일이 간섭하든, 방치하든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다.

 통신사업자들은 바로 24일 당정협의를 가질 유효경쟁정책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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