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전반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기대감에 부푼 품목도 있다. 바로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수신기시장이다. CD 수준의 고음질 오디오 서비스, 교통·증권정보 등 다양한 부가데이터 서비스는 물론, 7인치 미만 화면에서는 고속이동중에도 선명한 화질의 TV 수신이 가능한 차세대 디지털방송수신기로 급부상하는 제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여개 업체가 DMB수신기 개발에 나섰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종주국인 유럽시장의 진출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향후 2∼3년 내로 셋톱박스에 버금가는 수출품목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갖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이 큰 만큼 걱정도 커지고 있다. DMB업계는 세계시장에서 선전했던 셋톱박스가 걸어온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바로 국내업체간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출단가가 하락, 스스로 비상의 날개를 접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DMB업계는 조만간 폭발할 DMB시장에서 또 다시 국내업체가 가격출혈을 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국내에서 제조하는 DMB수신기가 유럽형의 절반 정도의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십여개 업체들이 달려들어 경쟁을 벌일 경우에는 역시 셋톱박스 형국이 벌어질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한 수신기 개발업체 관계자는 “세계 DMB시장이라 하더라도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면서 수출하려면 5∼10개 업체 정도가 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십여개의 업체가 모여들고 있어 벌써부터 가격출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선도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정책을 동원해 우려되는 가격폭락은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처럼 해외업체들까지 인정할 정도로 한국의 실력을 보일 기회를 다시 잡았는데 과거와 같은 오류로 이를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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