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I회생` 특단의 대책 급하다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IT업계의 막힌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되던 IT관련 프로젝트가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등 악재가 중첩되고, 장기불황에 빠진 세계경기의 회복이 요원해지면서 대다수 기업이 현금흐름에 중점을 두는 보수적인 자금운영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현금유동성 확보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IT업계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돼 고사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경제의 허리가 IT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통신관련 업체의 IT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3월 초에 제안요청서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SK텔레콤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프로젝트가 그룹 안팎의 문제로 인해 뒤로 미뤄지고, 6월로 예정됐던 KTF의 차세대 빌링시스템 프로젝트도 3세대 서비스시장 창출이 늦어짐에 따라 연기될 것 같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발주한 프로젝트도 제품 공급기일을 늦춰 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IT관련 프로젝트가 위축되는 것은 제조업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현금유동성 확보가 급선무로 떠오르면서 르노삼성자동차와 LG유통의 고객관계관리(CRM) 구축 프로젝트가 하반기로 미뤄지고, 삼성코닝정밀유리의 공급망관리(SCM) 구축 프로젝트가 중지되는 등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되던 통신사업자와 대기업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줄이다보니 관련업체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올 시스템통합(SI)시장이 사상 최악의 불황국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실제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최근 조사한 정부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수요 (정보화)투자 예산 현황을 보면 올해 정보화투자 예산은 2조7000억원으로 시장상황이 최악이었던 지난해(2조8000억원)보다 1000억원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대형사업인 전자정부 11대 국책과제와 금융권 SI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전자정부 운영 및 확산사업 외에는 이렇다할 대형 프로젝트가 없고,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나던 금융권 IT투자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국내 대형 SI업체의 수익률이 매출의 5%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덤핑수주가 난무하는 등 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나 금융권의 재해복구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공공사업의 경우 예상가의 20∼30%에 낙찰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추가 발주될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SI업체의 전략과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이유로 가격을 가장 적게 써낸 업체에 사업권을 주는 발주기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출혈경쟁이 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공공발주사업의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마땅한 것 같다.

 고사위기에 몰린 SI산업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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