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의 작가주의

 ◆김건일 트라이글루우픽처스 사장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영화는 1분 안팎의 영상이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는 단순한 화면을 본 관객은 기차가 자신들과 충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110여년이 지난 현재 영화산업은 지난 98년을 기준으로 172억달러, 우리 돈으로 240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영화가 처음 탄생할 당시만 해도 누구도 이렇게 거대한 문화산업으로 성장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기술발달에 따른 단순한 발명품이나 흥밋거리의 하나로 치부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영화산업과 게임산업은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게임 역시 지난 6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단순한 슈팅게임에서 시작됐다. 30줄의 디스플레이장치와 9kb의 메모리를 사용해 만든 최초의 컴퓨터 게임인 ‘스페이스 워’ 역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심심풀이로 즐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게임은 온라인과 결합하면서 실시간으로 수만명의 사람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즐기는 최첨단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와 게임산업은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며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문화의 하나로 성장했고 투자에 비해 눈부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예술의 한 분야로까지 격상돼 ‘작가’의 영역에 들어서는 동안 게임은 아직도 고부가가치의 ‘산업’에 머물고 있다.

 산업으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중요성도 가지고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이 어린 아이들이나 즐기는 유치한 하위 문화라거나, 성공만 하면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유망한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평가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게임산업이 단순히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하위 문화산업으로서의 모습보다는 다양한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고급 문화산업, 나아가서 문화예술의 모습으로 발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개발사들이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자각과 반성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창작행위의 하나로 인정해주고 게임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가능해야 한다.

 오락 영화와 작가주의 영화가 공존하고 액션·코미디·어드벤처 등 다양한 영화 장르가 존재하듯이 게임 역시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게임을 단순히 유망 IT산업으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고, 아이템 현금거래나 PK로 인한 폭력 등 부정적인 영향만을 걱정해서도 안될 것이다. 성인용 게임이든 폭력적인 게임이든 다양한 게임을 마음껏 창작하는 여건이 마련돼야 진정 독창성·예술성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

 영화가 모방범죄나 외설문제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작가주의 영화의 예술성이나 중요성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듯이 말이다. 물론 사회에서 합의된 기준에 의한 등급과 규제는 존재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창작의 의욕을 꺾는 검열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40여년 동안 형식과 내용면에서 비약적으로 발달한 게임이 영화처럼 100주년을 맞이하게 됐을 때 과연 어떤 형식으로 발전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고급 문화의 하나로서, 또한 그 영향력을 사용해 현실세계를 반영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과 대중에게 재미와 예술적 감동을 동시에 가져다 줄 ‘문화예술’로서의 게임이 됐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자 의지다. 게임의 ‘작가주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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