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맛좋은 안주는 일반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의 눈물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춘향전의 변학도가 마을 유지들과 함께 흥건한 잔치를 벌이는 자리에 이몽룡이 남기고 떠난 글이다.
이 글에 나오는 백성들처럼 대형 SI업체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요즘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주요 SI업체들이 매출 확대 중심에서 수익성 제고쪽으로 경영 방침을 바꾸면서 중소 소프트웨어업체에 대한 원가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의 덤핑 수주 관행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결국, 대형 SI업체들의 덤핑 수주에 따른 원가 부담도 고스란히 중소업체들에 떨어진다. 그래서 춘향전의 표현 그대로, 중소업체들은 자신의 피와 기름을 짜내야 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최소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중소기업들의 불만이다.
하지만 대형 SI업체와 협력 관계인 회사라고 해서 모두가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시체말로, 잘나가는 외국계 하드웨어 및 솔루션업체들은 프로젝트 가격이나 덤핑 수주와는 무관하게 실속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오히려 대형 SI업체들이 이들 외국계 벤더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다.
외국계 밴더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추가 부담도 고스란히 국내 중소업체들의 몫이다. 중소업체들이 춘향전에 나오는 백성이라면 외국계 하드웨어나 솔루션 업체들은 흥건한 잔치를 함께 벌이는 마을 유지들인 셈이다.
그래서 정부도 중소 전문업체가 직접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대기업과의 하청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각종 제도를 마련중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암행어사가 출도해 잔치판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전에 SI업체 스스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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