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스로 부여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 대한 역할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고국으로 장소만 바뀐 것이죠.”
백업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넥산테크놀러지스의 한국 법인을 맡게 된 한근배 지사장(54)이 말하는 ‘귀향론’이다. 한 사장의 이같은 포부는 지난 88년 미국으로 옮겨갈 당시부터다.
“종합상사가 있었지만 전자·정보통신 관련 중소 업체들의 물량을 처리해주진 않았습니다. 이왕 이 분야에 몸 담을 거라면 그 일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설립한 ‘인포랜드’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 컨설팅이 주된 역할이었다. 한 사장이 중소기업 지원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데는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국내에 PC산업이 태동하던 그 시기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85년 대림그룹 전산실장을 마지막으로 대기업 생활을 끝낸 한 사장은 우주컴퓨터라는 중소기업을 맡게 됐다. 우주컴퓨터는 출발 당시 IBM의 PC 유통으로 시작했는데, 한 사장이 맡으면서 IBM 메인프레임과 PC를 연결하는 에뮬레이션, 출입문통제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업체로 변신했다. 한 사장은 “단순한 외국 제품의 유통창구 역할보다는 직접 제조하고 수출할 수 있는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한 사장의 국내 중소 IT기업의 역할론은 이번 지사 설립에서도 드러난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나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국내 중소기업을 통해 넥산 제품 개발을 하도록 본사를 설득한 것. 한 사장의 이같은 견해가 받아들여져 넥산은 현재 인천공단에 있는 중소기업과 제품 생산을 타진하고 있다.
넥산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초 설립된 미국 스토리지 전문업체다. ‘디스크 투 디스크 스토리지 솔루션’은 지난 2001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 컴덱스 ‘베스트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해 기술력과 시장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법인 설립 마무리 작업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한 사장은 한국IBM 신재철 사장과는 대학 같은 과를 졸업했다. 국내 IT산업의 1세대인 셈이다. 도미 후에도 300회 이상을 방한하며 사업을 벌였다는 한 사장은 “선진 IT의 테스트베드로서 충분한 인프라뿐 아니라 직접 생산이 가능한 기술력도 갖췄다는 신념을 현실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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