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VR 브랜드마케팅

 ‘DVSS(Digital Video Surveillance System), DRS(Digital Recording System), NDV(Networked Digital Video), Digital CCTV, Digital Recorder, DIRS(Digital Image Recording System)…’

 세계 600여개 보안업체가 참가한 미국 ISC전시회에 등장한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의 서로 다른 이름들이다. VCR에 영상을 녹화하는 아날로그 폐쇄회로(CC)TV를 대체하는 DVR는 우리나라의 수출유망상품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차세대 상품이 됐다. DVR라는 명칭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자긍심은 크다. 4∼5년전 그 누구도 DVR를 구상하지 못하던 때, 국내 업체들이 처음으로 DVR라는 컨셉트를 선보이며 히트를 했기 때문이다. DVR 명칭의 원조는 한국이라는 주장이다.

 DVR는 DVSS, DRS 등 다른 이름을 물리치고 일반 명사의 대열에 올랐다. 아직 정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아뎀코(Ademco)니 펠코(Pelco)니 하는 미국 최대의 보안장비 업체들도 DVR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많은 대형업체에 국내 제품이 납품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아전인수(我田引水)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일반명사의 점령이 고유명사의 점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제록스가 ‘복사기=제록스’의 등식을 만들고 심지어 ‘제록스=동사:복사하다’의 등식까지 만들어낸 것과 달리 국내 DVR업체들에는 브랜드 만들기가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이번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OEM 상품으로만 간접 참여한 업체가 늘어났다. 브랜드 정책을 고수하던 한 업체도 OEM을 병행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일반인 대상의 상품이 아니라서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으로서 OEM이 옳은 전략이다” “매출확대를 위해 OEM이 유리하다”는 등의 변명을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IT산업부·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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