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업계의 내실경영

 기업들의 새해 설계가 한창이다.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부품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부품업체들은 올해 내실경영으로 순이익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연초부터 반도체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주가가 오르면서 새해 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대세상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경영난에 시달렸던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경기가 연초부터 빨리 회복세로 돌아서 국민의 살림살이가 지금보다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고전했고 지난해 사상 최악의 성장률 감소를 기록한 부품업체들은 이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내실경영으로 순이익을 극대화하는 안전 위주의 경영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부품업체들의 이같은 경영방침은 아직 우리가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엔화약세 등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경기회복의 장애물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부품업체들은 이에 따라 올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구조개혁을 내실있게 추진해 순이익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리는 부품업체들이 최근의 경기낙관론에 얽매이지 않고 내실있는 경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는 새해 경영방침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 앞에 엔화약세라는 수출악재가 상존하는 데다 우리의 부품산업 경쟁력이 선전국과 비교해 기술격차가 상당해 핵심 부품소재의 수입의존도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형 위주의 매출극대화나 내부 구조조정에 소홀할 경우 국내 부품산업의 생산기반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부품산업의 대외종속을 가속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안그래도 지금 우리의 부품산업은 설계기술이나 응용기술 등 핵심기술이 선진국의 6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포함한 전체 경쟁력은 선진국의 85% 수준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부품업체들이 경영의 내실화와 내부 구조조정으로 독자적 기술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디딤돌로 삼아 국제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품업체들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과거처럼 무분별한 사업확장이나 설비투자는 지양해야 하겠지만 보수적인 경영전략이 도를 지나쳐 기업경쟁력의 원천인 첨단기술 개발이나 수출시장 개척, 마케팅전략조차 제자리에 머물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낭비요인은 줄이되 꼭 투자해야 할 분야는 집중과 선택을 통해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효율적 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부품업체들은 빈틈없는 내실경영을 하되 독자적인 첨단 기술개발이나 품질향상, 전문인력 양성 등 신기술 분야는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자세로 역량을 집중하고 투자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올해 이런 노력들이 업체별로 일관성 있고 알차게 추진된다면 우리 부품업체들은 시련의 터널을 벗어나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하고 멀지 않아 세계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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